영암군 일선 공무원, 악성민원에 우울증, 자살 기도까지...‘이러려고 공무원됐나’
선호성 기자 yailbo@daum.net
2021년 04월 13일(화) 21:12
지난 9일 새벽, 영암군 학산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가 최근 겪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학산면 관계자들과 A씨의 가족에 따르면 A씨가 자살을 기도하기 전날, A씨가 근무하는 면사무소에 공익직불제 자격여부를 다투는 민원인이 A씨를 찾아와 갖은 욕설과 폭언을 하며 모멸감을 준 것에 대해 A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게 된 것이었다.

악성 민원 사건이 발생한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와 A씨의 가족에 따르면 A씨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무차별적인 욕설과 폭언을 듣고 있음에도 면사무소 관계자 누구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당시 A씨는 모든 욕설과 폭언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건 관련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씨의 직속 상관인 B 팀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그런 민원은 일선 공무원 누구나 맡아서 하는 일이고, 그만한(욕설과 폭언) 민원은 있을 수 있는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자살을 기도한 부하직원의 안부는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나 대신 다른 팀장이 새벽에 다녀온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면장이 어느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대충 다 파악하고 계신다. 다만 별도의 얘기는 없으셨다”고 답했다.

본지 기자와 면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악성 민원 건에 대한 별도의 대응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말했고, 악성 민원의 여부를 떠나 부하직원의 극단적 선택의 시도가 있었던 점에 대한 대응 문제를 꼬집자 “...공무원 노조에서 찾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해보자고 얘기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취재 결과 A씨는 자살을 기도하기 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자살예방센터에 도움을 받고자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화 후에도 이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A씨와 전화통화를 한 자살예방센터 직원의 신속한 상황판단으로 112에 신고가 접수됐고, 새벽 1시경 상황실 출동 지시를 받아 A씨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관이 A씨를 목포 소재 인근 병원으로 보내면서 A씨를 구할 수 있었다.

현재 A씨는 이송된 목포 소재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자택 근처 병원으로 옮겨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시군단위 면사무소에서의 악성민원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근무환경은 사실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학산면에도 분명 CCTV가 있고 욕설과 폭언의 목격자가 있지만 정작 피해 공무원의 보호를 위한 고발조치나 대응조치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암군과 달리 타 자치구와 지자체에서는 민원응대 부서를 중심으로 보호 대책을 보다 강화하는 모습이다. 심리상담 치료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우발적 상황에 대비해 녹취기능을 도입하거나 통화연결음에 폭언금지 안내 멘트를 넣을 계획인 곳도 있다. 그리고 위협상황 시의 상황대응매뉴얼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영암군도 악성 민원 분쟁에 대해 소속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선호성 기자 ya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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