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4일간 코로나 격리 기행!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1년 05월 02일(일) 12:56
김형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공학박사
나는 지난 4월 7일 회의가 있어서 제주에 갔다가 본의 아니게 코로나 격리자로 분리되어 14일간 머무르다가 20일 돌아왔다.

행사를 위해 김포에서 출발하여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내 주거 소재지인 수지보건소 직원한테 전화를 받았다. 내 이름을 대면서 맞느냐고 물었다. 내가 당사자인데 아침에 웬 보건소에서 전화를 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지금 빨리 집으로 가세요. 선생님은 아파트 목욕탕에 아침 7시 30분에서 8시에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대에 들렀기 때문에 밀접접촉자에 해당됩니다. 바로 집에 가서 2주간 자가 격리하셔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매점이나 식당이나 사람들 모이는 곳에 가시면 안 됩니다. 만약에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리게 됩니다. 집에 가서 격리할 때도 들어가 있는 방에서는 절대 나오시면 안 되고 그 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가족들도 집에서 마스크 쓰고 있어야 하고 접촉하면 안 됩니다. 다른 가족들은 절대로 그 방에 들어가면 안 되고 마주 보고 말해도 안 되고 음식도 혼자 방에서 따로 먹어야 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수시로 확인 전화하고 방문할 것입니다. 전화한 직원은 쉬지 않고 안내를 계속하는데 어느 안내장을 읽어 주는 것 같았다.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저는 지금 회의 때문에 제주에 막 왔는데 다시 갈려면 비행기 표를 사고 시간이 걸려서 바로는 집에 가기가 곤란한데요 했더니 그러면 집에 가시면 안 됩니다. 비행기를 절대로 타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제주도에 집이 있으면 거기 가서 자가 격리하시고 집이 없으면 호텔이나 다른 숙소는 안 되니까 지금 바로 차를 타고 제주보건소로 가셔야 합니다. 거기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야 합니다. 저희가 제주보건소로 모든 자료를 이첩할 테니 지금부터는 제주보건소의 지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안내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막막했다. 아주 중요한 회의를 내가 직접 진행해야 하는데 걱정하면서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을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못 간다고 행사는 알아서들 하시라고 전달하고 제주보건소에 연락을 했다. 육지에서 온 사람인데 수지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저한테 밀접접촉자라고 제주보건소로 가라고 하는데 빌려놓은 렌터카를 반납하고 택시 타고 가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문의하였더니 렌터카 반납하지 마시고 그 차를 그대로 타고 어디 들리지 말고 보건소에 오셔야 합니다. 오후 검사는 1시 반부터인데 절대로 식당이나 가게 들리지 말고 곧장 바로 보건소로 와야 합니다. 나는 미리 빌려놓은 렌터카를 타고 곧바로 제주보건소에 갔다.

제주보건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직원에게 전화를 다시 하니까 1시 반까지 주차장에 대기하시면서 밖에 나오지 말고 불편하더라도 차에 타고 계십시오. 시간이 되면 저쪽에 텐트 처져 있는 검사소에 가셔서 줄 서 있다가 검사를 받고 연락할 때까지 차에 가서 앉아 있어야 합니다. 나는 1시 반에 검사소에 가서 검사받고 차에 가서 앉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누가 연락해준다고 하더니 연락이 안 와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에서는 저녁 5시쯤 되어야 격리장소에 갈 수 있으니 절대로 차에서 나오지 말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제가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픈데 어디 가서 빵이나 김밥이라도 먹게 해달라 배고파서 혈당도 내려가고 힘들다고 하니까 그러면 보건소 뒤쪽에 조금만 가면 드라이브 스루(차 타고 음식 살 수 있는 곳)를 알려줄 테니 차에서 내리지 말고 문만 열고 음식을 사서 주차장에 와서 드시지요 라고 하면서 주소를 알려주었다. 걸어서 가면 안 되고 반드시 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나는 그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햄버거 가게 입구에 도착하여 차를 타고 안내표시 따라 들어가는데 입구에 모니터링 화면이 있는데 화면에서 종업원이 메뉴가 옆에 보이는 대로 있으니 지금 주문해주십시오 라고 안내하였다. 나는 차창문을 내리고 1번 메뉴와 4번 메뉴 두 개를 주문했다. 길을 따라 차를 몰고 앞으로 갔더니 다른 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차들이 모두 가고 내 차례가 왔는데 1번과 4번을 주문하셨지요 카드를 기계에 넣어주세요. 계산이 끝나자 바로 주문했던 음식물을 건네주었다. 나는 곧바로 보건소 주차장에 돌아와서 허기를 달래고 저녁 5시까지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렌터카 차량 키는 보건소 직원에게 맡기면 회사에서 차를 소독하고 가져간다고 해서 차 키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직원에게 맡기고 보건소 응급차에 올라탔다.


꼭 전염병 환자 같았다. 응급차는 운전석과는 칸막이로 막혀있었는데 뒤쪽에 타고 한라산을 바라보고 한참을 달렸다. 제주대학교를 지나고 폴리텍대학을 지나서 인력개발원에 도착하여 생활관에 관리실에서 미리 정해놓은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다음날 음성으로 나왔지만 음성 양성 상관없이 밀접접촉자는 14일간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생활관 시설은 연수생들이 사용하던 기존 시설인데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조그만 원룸에 침대가 양쪽으로 두 개가 있고 책상이 두 개 옷장이 두 개 나란히 있었다. 조그만 TV 하나 있고 봉투에 츄리닝 한 벌과 메리야스 두 개, 양말 두 개, 수건 두 장, 생수 두 병이 있었고 치약 칫솔 비누가 봉투에 담겨있었다. 또한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크하기 위한 체온계와 2주간 기록할 온도기록지가 놓여있었다. 벽에는 생활 중에 지켜야 할 절대금연, 절대금주 등 각종 안내장 들이 여러 장 붙어있었다. 그런데 컴퓨터와 커피포트가 없고 신문도 없었다. 대화는 관리사무실에 전화로만 하여야 했다.

궁금한 것은 반드시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야 한다. 컴퓨터 신문은 안 주시는지요. 커피는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요. 식사는 어디 가서 하는지요. 오이 당근 등 아침마다 먹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살 수가 있는지요 등을 물었다. 물건은 주변의 마트에서 3만원 이상 온라인 입금 주문 시에만 배달해 준다고 하고 커피는 전화하면 직접 타서 주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끼니마다 배달해 준다고 했다. 걱정인 것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는 당뇨약을 이틀 치만 가지고 왔는데 보건소에서 그 병원에 연락해서 약 이름을 문자로 받아서 알려주면 2주간 먹을 약을 처방해서 주겠다고 해서 다행히 약을 처방받아 먹을 수 있었다. 컴퓨터는 내가 책들과 함께 집에서 택배로 부쳐왔다.

택배는 보건소에서 뜯어보고 모두 검열을 거쳐서 가져다주었다. 식사 메뉴는 서너 개 식당에서 교대로 배달하는 것 같은데 음식은 모두 맛이 좋았고 성의가 담긴 도시락이었다. 김치찌개, 돈가스, 전복죽, 카레 등 골고루 나오는데 매번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면서 집에서보다 더 잘 먹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가장 어려운 점은 운동이었다. 밖은 물론 복도에도 못 나가니까 좁은 방에서만 2주간을 지내야 하는데 침대가 두 개가 있어서 공간이 거의 없었다. 풋샵, 스트레칭, 제자리 만보걷기, 오리걸음 등으로 운동을 하고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평소에도 TV를 잘 안 보다 보니 책을 보는 데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평소에도 성경책을 매일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격리 생활하면서 마음먹고 성경 일독을 모두 마쳤다. 아주 뿌듯했다. 심지어는 성경책을 목표를 두고 읽다 보니 하루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이었다. 관리실의 봉사자들은 목소리가 연세 드신 아주머니 같았는데 아주 친절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아침저녁으로 주문하는데 항상 친절하게 블랙으로 드릴까요 믹스로 드릴까요 물어보고 전달해 주었고 아침에는 전화로 항상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물어보고 위로해 주었다.

식사나 커피 등 모든 전달하는 것은 문 앞에 의자에 올려놓고 가면서 문을 두드리면 내가 집어와야 한다. 얼굴을 안봐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옆방의 어느 아저씨는 금연을 해서 그런지 금주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매일같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보건소장 바꾸라고 하면서 괴성의 소리 지르고 험한 소리를 한동안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다. 매일 그랬다. 어떤 사람은 밤이고 새벽이고 큰소리로 노래하면서 기타를 맘껏 두들겨 댔다. 창문 밖 한라산만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약한 분들은 우울증이 걸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 전날에 검사를 다시 하고 마지막 날 음성으로 판정받았다. 12시 정각 5분 전에 나가는 출입문을 열어줘서 짐을 챙겨서 퇴원하였다. 2주간의 제주 코로나 격리 기행은 이것으로 끝났다.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면서 코로나19가 빨리 퇴치되기를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김형진 박사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역임
한국수력원자력 혁신성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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