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1년 06월 24일(목) 10:42
이병록 소장
덕파통일안보연구소

군 출신으로서 최근 군내 성폭력 사건을 보는 기분이 착잡하다. 과거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관심분야는 폭행(구타), 근무이탈, 안전사고와 보안사고 등이었다. 함정 단위인 해군은 육공군에 비해서 여군제도를 가장 늦게 받아들였다. 해군이 여군 제도를 허용하자 미 해군에서 “지금까지 군 관리에 쏟은 노력보다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충고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여군을 근무여건과 생활여건이 좋은 지원함과 구축함으로 한정했다. 모든 전투함으로 확대되면서 호위함급에서는 내가 함장인 충남함이 최초로 대위1명, 소위 2명을 승조시켰다. 침실에 화장실이 달린 방은 함장실과 함장대기실 두 군데이다. 함장대기실은 전대장 등 지휘부를 위한 예비 침실이다. 여군 위관장교들에게 부함장(중령)도 쓰지 못하는 함장대기실을 배정했다.

일정 적응기간이 지나, 신상면담을 하면서 남녀차별이 없냐고 물었다. “군에서는 계급이 최우선이므로 사회보다 성차별은 적은 편이다”라는 답을 들었다. 여군 장교가 결재를 들어오면 규정대로 함장실 문을 열어 놓았다. 회식 때 술을 따르고 받는 관행이 있었다, 중견장교들이 여군장교에게 함장님에게 술 한 잔 따르라는 요구에 여군이 술을 따른 적이 있다. 나는 “네가 여자라서 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고, 가장 계급이 낮으니 따르는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모든 사회조직에 성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하필이면 공군에서 많이 쏟아져 나온다. 국회국방위에서 장관과 총장들이 배식과 성 문제에 대한 군 특성과 문화차이를 얘기한 모양이다. ㅇㅇ일보는 이를 비난하는 기사를 올렸다. 군대에서 한 명이 실수하면 전 부대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단체로 기합을 주는 방식이다. 문제가 있는 집단과 조직은 문제가 적은 집단에게서 교훈을 배워야하고, 집단 간에 선의의 경쟁을 시켜야한다는 기본 상식이 부족하다.

군 간에 문화차이가 있다. “ㅇㅇ건물을 확보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육군은 사주 경계를 하고, 해군은 자물쇠를 채우며, 공군은 건물을 사들이다“라는 농담이 있다. 분산된 육해군과 달리 공군은 한 기지에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특성이 있다. 소위 ‘한통속’이라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

그리고 부대평가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과거 문민정부 때 이병태 국방부장관은 구타사고가 나면 지휘관을 엄중 처벌했다. 그 결과는 구타사고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사고를 숨기는 건수가 늘어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휘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처벌해야하지만, 최선을 다했는데도 일어나는 사고는 면책해야 한다. 사건을 숨기고 방치하는 지휘관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언론에 나오는 군 간의 사고 건수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쉬쉬하면서 숨긴 사건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많다면 공식적으로 처리한 숫자가 많다는 측면도 있다.

지휘관이나 관리자는 자만하여 방심하면 안 되다. 언론에서 공군이 “우리 군 여건이 제일 나은 편이다”라는 자만을 지적한 것도 일리가 있다. 내가 함장을 하던 때에 다른 함장들은 전대회의에서 “우리 배는 구타가 한 건도 없다”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우리 배에는 조그만 구타들이 있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휘한다”라는 보고를 한 함장은 나밖에 없었다. 주기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하고 수시로 예방 교육과 보고체계를 강조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보고하는 다양한 체계를 가동시키고, 사건이 일어나면 규정대로 처리하면 된다.

강조기간이라고 엄중처벌하고, 평상시에는 그냥 훈계로 넘어가면 안 된다. 소원수리함에 쪽지가 들어 있는 것을 함장인 내가 주임원사보다 먼저 발견했다. 사건을 조사하니 당직근무 중에 졸다가 선임자에게 안전모 뒷부분을 한 대 맞았다. 맞을 만한 이유가 있고 모두들 선처를 호소했지만 선임자를 규정대로 징계했다. 한 번 봐주면 다음 사건도 봐줘야한다. 두 번째 사건을 엄중처벌하면 첫 번째 사례와 비교하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래서 규정대로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면 단순한 일회성 사고인가, 조직이나 문화의 문제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한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이 되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이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이병록 박사

예비역해군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예비역 해군 준장
동명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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