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말하라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1년 06월 24일(목) 10:57
[사진=조선일보]

살랑거리는 아침바람이 좋습니다. 옅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덜 더울 듯합니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이 어제로 가는 금방금방 세상입니다. 까치와 참새도 이를 아는지 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는 이 시각이면 늘 그렇습니다. 오늘은 목생화, 불을 만드는 나무의 날입니다. 백합이 한창이고 수국이 봉오리를 지어갑니다. 나팔꽃은 새롭게, 섬초롱도 제법입니다. 마삭은 지고 장미는 시들었습니다.

9일 오후 광주에선 생각지도 못한 큰 소리가 났습니다. 날벼락이었습니다. 아까운 목숨을 또 가져갔습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는데, 조금 아낀다는 게 이렇게 큰 화가 될 줄은 몰랐던 겁니다.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고 경제성 보다는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어느 곳이든 누가하든 계획이 있었을 텐데,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아침편지를 바람에 실었더니 답장이 왔다. ‘아... 안타까운 하루였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완전히 인재죠, 그 회사는 휘청하겠네요.’ 무슨? 보험에 들었을 거여. 어차피 합의할 거고, 철거업체에 넘기거나 분양가에 포함하겠지, 잘 지켜봐. 이게 문제가 아니야. 사자의 원을 풀어줘야 해. 노제도 지내고, 밤새 씻김굿이라도 해야겠어. 가인이 엄마 불러. 산자의 의무라는 생각이여. ‘어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 부끄러운 사건입니다.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합니다.’

시민의 소리도 울렸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참사 현장에서 40대 여성이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었다. 운림 54번 시내버스에 탔다가 참변을 당한 학생의 어머니였다.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고등학교 2학년이고 가방을 메고 있다며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2차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설득하며 제지했다. 그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사망 9명의 이름에 올랐다.’

울분은 계속됐다. ‘지난 4월 계림동 목조주택 붕괴로 2명이 숨진 이후 두 달여 만에 또 발생했다. 아쉬운 것은 무너진 5층 건물 옆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방차원에서 잠시 이설하거나 차량통제를 할 수 있었는데도, 철거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자 작업자만 빠져나오고, 정류장의 버스는 미처 대피시키지 못한 것이다. 마치 세월호 참사 때처럼 되어 버렸다.’

관련기관은 ‘차질 없이 후속 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분야별 전담반을 꾸려 모든 행정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사자는 말이 없고 산자의 고통만 이어질 뿐입니다. 문제는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느냐는 겁니다. 책임을 말하게 해야 합니다. 바른 처방을 위하는 일입니다. 저가하도급과 재하도급 또한 해결되어야 합니다. 관급공사는 제도적으로 적정비율과 다시 내리진 못하게 하는데도, 회사 간의 거래는 어떻게든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일벌백계’가 필요하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책임보다는 권리, 그 순간을 피하면 되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서서히 잊혀가는 우리의 제도가 그렇습니다. 1994년 10월 21일, 32명의 사망자를 낸 성수대교 붕괴 때도 그랬습니다. 그날 이후, 전국 행정기관에 교량관리 전담부서가 신설됐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이 개량되었다는 이유이나, 노후화는 개통과 함께 또 시작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러다간 10년, 20년 후에 또 당할 수가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등 어디서든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다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땐 누구의 책임을 말하게 해야 할까요? 그 원인행위자입니다. 그런데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변명을 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이라면, 남겨진 이름에라도 물어야 합니다. 부끄러움을 후대에 전하는 일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게,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부터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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