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重 ‘갑질’ 논란…대금지불 조건 일방적 변경

업체들, “결제 미루면서 대금지불 조건 맘대로 조정…갑질 맞다”
현대삼호, “경영개선 위해 불가피…열악한 조건은 아냐”

선호성 기자 yailbo@daum.net
2021년 07월 06일(화) 22:14

현대삼호중공업이 협력업체들로부터 각종 자재를 납품받으면서 대금지불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이를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는 소위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현대삼호중공업과 관련 업체 등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3월 매달 3차례에 걸쳐 자재 납품 대금을 지급하던 것을 두 차례로 줄이기로 하고 이를 100여개 협력업체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대금 지불 조건 변경에 대해 동의한다는 합의안을 협력업체에 요구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동안 매달 1~10일과 11일~20일 납품된 자재에 대한 대금을 같은 달 20일과 30일에 각각 지급해 왔다. 21~30일 납품된 자재 대금은 다음달 10일 결제해 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1~15일과 16~30일로 납품 기간을 조정한 뒤 대금 결제일을 같은 달 30일과 다음달 15일로 각각 바꿨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력업체는 사내·외 170여개로, 이들 업체의 하청업체까지 합산하면 300여개가 넘는다.

이에 일부 협력업체들은 “직원들 인건비로 나갈 돈인데 자재 구매 발주업체가 결제를 미루면 영세업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삼호중공업의 결재일에 맞춰 결재를 하는 등 자금운영 계획을 세웠다”면서 “영세업체라 금융권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조건을 바꿔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납품 단가를 조정하고, 조건을 바꾸면서 ‘이의가 있으면 말하라’고 하는데, 원천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철저히 ‘을’의 위치인데 선뜻 말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생사를 쥐고 있는 자재구매부장 이름으로 사전 설명도 없이 대금지불 조건을 맘대로 조정하고 이마저도 합의해 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갑질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모 협력업체 대표는 “대기업 자재구매부가 단가를 절상해 계약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으로 놓고 있다”며 “회사 경영이 어렵지만, 문을 닫을 수 없어 적자를 보면서도 일을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삼호중 관계자는 “기업이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자금 수지가 안 좋아 경영 개선을 해보자는 목적에서 지불 조건 변경을 추진했다”면서 “이의가 있으면 이의제기를 해달라는 공문도 보냈는데, 당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60일 이내에 지급하면 되지만, 상생협력 차원에서 월 3차례 지급했고, 이제는 경영개선 차원에서 월 2차례로 바꾼 상황”이라며 열악한 결재 조건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호성 기자 ya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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