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필드함, 콜함 그리고 천안함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09월 23일(목) 1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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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5월 4일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해군이 자랑하는 42형 구축함 셰필드함이 아르헨티나 공군기에서 발사한 프랑스제 공대함 엑소세트(Excocet) 미사일에 공격당했다. 셰필드함은 견시가 미사일 접근을 확인한 직후 한 발이 전투정보실(CIC)에 명중했고, 화재로 주요 기능을 상실하였다. 셰필드함은 네 시간 동안 불길과 사투를 벌인 끝에 승조원이 탈출했다. 영국으로 예인 중에 피탄 된 곳이 침수되어 6일 뒤인 5월 10일에 침몰했다.
영국 해군은 원인 규명에 나섰으나 피격상황을 완벽히 재구성하지 못했다. 당시 전투정보실 요원들이 폭발과 화재에서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밝혀진 사실은 미사일 공격이 가해진 순간 셰필드함은 위성통신장비를 가동 중이라 전자전장비를 끄고 있었다. 레이더도 저공 비행하는 미사일 2기를 접촉하지 못했다. 그 함장이 제독으로 진급하여 영국 무기체계를 소개하러 한국에 왔다. 나의 첫 질문은 무기체계 성능이 아니라, 패전한 군인이 진급한 사실이다. 그 함장은 “영국이 자신의 전투경험과 패전 교훈을 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소장으로 진급하고 방산수출국 국장을 역임했다.
2000년 10월 12일 미국 이지스급 구축함 콜함이 예멘 아덴항에서 기름을 받고 있던 중에 피격을 당했다. 알 카에다로 추정되는 두 명의 테러리스트가 모터보트에 폭탄을 실어 자살 돌격을 감행했다. 현장에서 승무원 17명이 죽고 42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미국 구축함은 이 모터보트를 탐지했고, 방어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던 20mm 기관포 포좌에는 포요원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나,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했다.
미국 해군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에 착수하였다. 두 달이 지나서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책임관계를 공개하였다. 일차적인 책임은 테러리스트라고 밝혔다. 콜함 함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자체 보호조치를 시행하였으므로 징계사항이 아니라고 평가하였다. 함정이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부분은 모든 지휘부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콜함 리포트 함장은 보직해임 되지 않고 계속 근무하였다.
전투에서 승리와 패배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때 세계를 제패하던 영국과 현재 패권국인 미국의 조치를 보면 과거 로마와 닮은꼴이다. 카르타고의 하니발은 칸나전투에서 로마군을 섬멸시켰다. 이후 로마의 동맹 시들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갔고, 15년 동안 이탈리아 반도 대부분을 지배하며 로마를 괴롭혔다. 로마는 전쟁에 연전연패하면서도 패배한 장군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로마군은 계속 지면서 한니발의 전술을 연구하였다, 결국 자마 전투에서 하니발은 자신의 전술을 적용한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게 지게 된다. 이 전투 승리로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국이 되었다.
우리 한국은 패배로부터 소중한 경험을 얻기보다는 마녀사냥식 책임을 문책하는 풍토가 많다. 철조망에 무단 침입한 밀입국자 한 두 명에 의해 지휘관이 문책을 당하고 물러난다. 침소붕대한 여론에 정치권이 움직이고, 군 작전이 정치적 평가를 받게 된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진영 양 극단에 의한 음모론이다. 지만원 씨는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북한군이 개입하였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광주시민을 제1광수, 제2광수로 지명하는 아전인수식 억지 주장을 편다. 신상철 씨는 항로상에 좌초할만한 해저암초가 없는데도, 좌초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이스라엘 잠수함까지 끌어들이는 국제적 실언을 한다.
과학과 상식을 자신만의 이념에 맞추어 각색한다면 이는 일견폐형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평범한 시민뿐만이 아니라 공직자까지 그 주장을 믿고 따른다. 이른바 백견폐성이다. 폐형폐성하는 행위는 우리의 사회적 자본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진영을 갉아먹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양 극단을 없애고 상식과 사실에 기반한 중도의 정신이 필요하다. 군 작전에 언론과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군도 언론과 정치권에 떠밀리지 않고, 소신껏 판단해야 한다.
폐형폐성 : 일견폐형, 백견폐성
일견폐형 : 한 마리의 개가 형태를 보고 짖자
백견폐성 : 백 마리의 개가 그 소리를 듣고 짖는다.
[약력]
예비역해군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예비역 해군 준장
동명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