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값을 하려면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10월 15일(금) 1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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起事之始, 別立號稱, 以自表異者, 卒多無成. 宋義稱卿子冠軍則敗, 翟義稱柱天大將軍則敗, 劉演稱柱天都部則敗, 田戎稱掃地大將軍則敗. 蓋由量小故, 有自大之意, 易溢而取敗. 若爾朱榮爲天柱大將軍, 侯景爲宇宙大將軍, 黃巢爲衝天大將軍, 紛紛甚多, 又不足道矣.
- 이민구(李敏求, 1589~1670), 『독사수필(讀史隨筆)』 권1 中
이민구(李敏求, 1589~1670)는 10년 동안의 긴 유배 생활을 마친 후 만년에 고향에 은거하며 시문 창작에 몰두하였다. 인용한 『독사수필(讀史隨筆)』도 이 시기에 지은 저술이다. 자신이 직접 지은 서문에서 150일 만에 이 저술을 완성했다고 하였다. 8권 4책 분량의 이 저술은 모두 1,073조목의 논평을 싣고 있는데, 이는 이민구가 역사에 해박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고시대에서부터 송대(宋代)까지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고 있는 이 저술에서 이민구는 역사 정보를 분류하고 자신의 관점을 바탕으로 체계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인용문에서처럼 역사상의 유사한 인물과 사례를 모아둔 것은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민구는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참칭(僭稱)하여 군사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이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실패했던 이유를 휘황찬란한 별칭을 만들어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려 했다는 데에서 찾았다. ‘하늘을 지탱한다[柱天]’, ‘땅을 쓸어버린다[掃地]’, ‘하늘의 기둥[天柱]’, ‘우주(宇宙)’ ‘하늘을 찌른다[衝天]’ 등, 이름만 들으면 실로 대단하고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실질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국량, 즉 실질을 넘치는 일이기에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었다. 만약 그들이 이름에 걸맞은 실질을 갖추었다면 실패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실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이에게 있어 허황된 이름은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이름은 겉으로 드러나 있고, 실질은 안으로 감추어져 있다. 이름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현혹되기가 쉽고, 실질은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대상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는다면 실질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이름이나 명성만 가지고 대상을 짐작하다가 실체를 알고 난 후 낭패를 많이 겪는 이유이다.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전주대학교 백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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