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쓸하게 바삭거리는 닥종이처럼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11월 10일(수) 09:12 |
|
달이 사기주발처럼 기울어 참나무 숲으로 쏟아지는 갈피에서
안개의 어린 것들이
흰 바위 그어 해금을 켰다
도당제(都堂祭)는
소래가 내다보이던 봉우리에서 자정까지 이어졌다
귀신이 먹고 남긴 살코기를 우듬지에 걸었다
사람은 하나같이 보잘 것 없다
차조기 뿌리가 명아주 뿌리를 손잡으며 저 너머가 바다라고 속삭였다
앞을 못 보게 된 산의 가솔들이 울었다
고천문 소지한 불티가 날았다
그립고 낯익은 바람소리가 미정이네 비닐하우스 박석거미 그물을 흔들었다
길고 꽃다웠으나 때로 돌을 맞으며 달아나던 유혈목이의 핏자국에 대하여
산자락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의 깨진 발굽에 대하여
사잇소리처럼 뛰놀던 아이들이 잠과 숲 사이를 오갔다
산황산 파헤쳐 골프장 만들면 산황동은 폐농이라고 쓴 현수막이 희미했다
누가 녹물 번지는 칼등으로 목뼈를 눌렀다
[시작메모]
산황산은 경기도 일산에 있는 도심자연숲입니다. 저는 고양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이 산 지키기를 8년째 지속 중입니다. 인구 109만 명이 마시는 고양정수장을 품은 마을에 골프장을 만들면 안 되기도 하니까요. 자그마한 마을 뒷동산이지만 우리 월출산처럼 귀한 산입니다. 출향 50년이 넘었습니다. 영암의 산과 들과 낯익은 길과 아침안개는 제 삶의 숨겨진 힘이었습니다. 690살 된 느티나무가 사는 산황산의 옆 동네에서 자주 고향을 생각합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킨다는 말이 참 절실해진 코로나시대입니다. <조정>
[저자약력]
(영암읍 회문리 태생)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등단.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장편동화 <너랑나랑평화랑>
공저<그대, 강정>
영암일보 ya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