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맹이는 쏘옥 빼놓은 이름만 중대재해처벌법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12월 02일(목)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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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숨겨진 비상사태가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매년 2천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출근 후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코로나 사망자 숫자를 가볍게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어쩐 일인지 조용하다. 연간 1,8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서 사적모임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더 큰 재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참으로 이상하다. 산업재해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은 어느 나라의 국민인지 묻고 싶다.
산업재해는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생리에 기생한다.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소홀이 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많은 나라들이 그와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하고 있고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2년 이하 금고 또는 상한 없는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기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해야만 안타깝게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개발논리라는 미신 아래 국민들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기업의 손쉬운 정리해고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빈민들은 강제철거 후 거리로 내몰렸다. 반면 재벌은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고, 뉴스는 연일 정관계 스캔들로 시끄럽다. 소득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0.82명(2021년 9월 인구동향, 통계청)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인구절벽이라는 말도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열정페이와 취업난으로 인해 희망 없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조롱하며 자조한지 오래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는 국민들어게 비교적 잘 알려진 산업재해 중에 하나다. 꽃다운 청년들이 안타깝게 쓰러졌다. 여론은 일명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 개정을 이끌어냈지만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유사한 사고는 반복됐다. 2020년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는 후진국형 중대재해를 막기 위하여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특례법 제정을 위한 대책을 수립한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물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시급한 과제였고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대한 기회였다.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의 장기간 농성과 단식, 10만 국회청원 운동 등을 통해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시행은 법률 공포 1년 후였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게다가 전체 사업장의 70%를 차지하는 5인 미만의 열악한 사업장은 적용 제외라는 커다란 사각지대를 만들어 있으나마나한 법이 통과되었다. 지난 9월 28일 국무회의에서는 “법령 점검의 민간위탁 금지, 직업성 질병의 전면 적용, 광주 학동 붕괴사고 적용”은 끝내 외면한 시행령이 통과되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특수형태근로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동자 주권은 늘 논란이 되어왔다. 플랫폼노동자는 계속 늘고 있어 약 220만명으로 추산되고 20~30대 비율이 50%가 넘는다. 이들을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할 법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분배 중심으로 사회를 개혁한다 하였다. 그리고 노동중심 사회,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감히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기업주들은 법을 어겨가며 이윤과 권한만 가진 채 안전사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인천 송도의 고층빌딩 청소를 하던 청년이 보조 밧줄 없이 작업하다 15층 높이에서 추락한 후 사망하였다. 이 청년은 어린자녀가 있다고 한다. 여수의 특성화고 학생은 잠수작업이 금지되었음에도 사업주의 강요에 의해 잠수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학생은 잠수 작업을 거부했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런 재난상황에서도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대선 후보들 입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은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19 재난상황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세우고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별 진정성도 없어 보이는 일시적인 땜빵 조치만 취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재벌과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치판이다. 국회의원 아들은 퇴직금으로 50억을 받고, 아파트 분양을 받아 수십배 재산을 불리는 동안 흙수저로 태어난 청년들은 인생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채 깔려 죽고, 치여 죽고, 떨어져 죽고 있다. 청년들의 몸이 으깨져도 기업들은 몇 푼의 벌금으로 죽음을 지우고 또 다음에 으깨질 청년들을 모집하면 그만이다.
대한민국 양당정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당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노동자를 위한 공약이 유사하다. 그들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들을 외면하고 본인 배를 불리는 데는 늘 한편이다. 합당을 권유하고 싶다. 극한의 불평등과 청년의 미래를 빼앗는 대한민국은 암울하기만 하다. 국가가 청년을 보호하고 청년들이 국가에 의지해야하는데 국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런 무기력감으로 청년들은 이런 국가와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불평등한 세상을 갈아엎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 법과 제도를 바꿔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진보당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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