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은 불편한데…‘한 시간 쉬겠다’는 영암군
유우현 기자 yailbo@daum.net
2022년 02월 10일(목) 16:08

“직업적 특성을 감안해야죠. 은행도 점심시간에 운영하는데, 공무원들 역시 교대근무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직장인)
“공무원도 편하게 식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 교대근무로도 휴식을 보장받기 힘듭니다” (공무원)

영암군이 공무원 점심휴무제를 예고하면서 지역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영암군은 “더 나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입장이지만 지역민들은 “시민 불편이 가중된다”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4일, 영암군은 3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영암군청 모든 실과 및 사업소, 11개 읍면사무소에서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민원 업무가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 점심시간 휴무제가 뭐길래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들의 휴식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시행 관공서는 평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업무를 중단한다. 최초로 시행한 지자체는 경남 고성군이다(2017년 2월). 광주·전남에선 담양군과 무안군, 광주광역시 산하 5개 구청이 시행 중에 있다. 이들 지자체는 시행 초기 혼선을 빚었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는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최근엔 몇몇 지자체의 공무원 노조도 휴무제를 도입하자고 나서 향후 전국적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 시민 불편 VS 휴식 권리
문제는 역시 시민 불편이다. 관공서 방문 시간이 제한적인 직장인이나 대면 방식이 익숙한 중·장년 층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 업무는 무인 민원기나 인터넷으로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꼼짝없이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자기기 사용이 서툰 고령층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 노조의 요구에도 휴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광주광역시의 사례도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당시 "세상이 바뀌었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 시민의 봉사자"라면서 "공직자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야 시민들이 편하다. 그것이 공무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 나은 근무환경을 위해 점심시간 휴무제에 찬성 의견도 있다. 공무원들의 충분한 휴식이 보장돼야 양질의 민원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공무원의 휴식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여서 무조건 반대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 영암군, '나름' 준비는 했지만 주민들은 불안
영암군은 나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주민 불편에 대비해 10개소에 설치돼있던 무인민원발급기를 7대 늘렸다. 관내 모든 읍면에 빠짐없이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영암군은 휴무제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사전 홍보도 시행한다. 2022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군 홈페이지, 현수막, 홍보 배너, 전단 등을 통해 군민들께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사전 홍보를 시행할 예정이다.

영암군 관계자는“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양질의 민원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라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확대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무인민원발급기의 확대 설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어차피 점심시간에 관공서를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점심시간에‘만’ 방문할 수 있는 직장인이거나, 무인 민원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층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영암읍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공무원은 시민에게 필요한 행정 업무를 처리해 줘야 하는데,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완전히 공무원이 자리를 비우는 건 시민들을 배려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공무원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의료계 종사자 등도 모두 교대로 식사를 하고 있다.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교대로 1시간씩 식사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유우현 기자 yailbo@daum.net
이 기사는 영암일보 홈페이지(www.yailbo.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yailbo.com/article.php?aid=1227516051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6일 18:4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