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아 캐넌 야영과 흑곰

자하 옹의 ‘자하산방’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2년 03월 11일(금) 17:01
자하 류용
LA에서 중부 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 호두농장, 옥수수밭.

한 농장의 넓이가 해남 고천암 간척지 땅보다 몇 배나 크다니, 6시간을 달려도 펼쳐지는 대 평원들. 저녁녘에 세코아 캐넌에 야영 준비를 한다. (야영장엔 수도와 식탁, 고기 굽는 불판, 음식 보관함,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차 번호를 적고 국립공원 관리공단 사용료 8달러를 봉투에 넣어 꽂아두게 하는 배려)

고성방가나 TV도 크게 볼륨을 높이지 않는 등 다른 야영객에게 전혀 혐오감을 주는 행동은 찾아볼 수 없구나. 고요 그 자체 적막과 물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울음소리뿐. 이 속에 평안한 휴식이 있는 것을. 달빛이 너무 아름답구나. 거대한 숲 사이로 비추어지는 달빛이 자정이 넘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옆자리 텐트의 ‘임’은 잠이 들어 코를 골고 순간 시커먼 물체가 우리 캠프 천막을 지나 음식물 저장고에 발을 올려 서성인다. 설마! 사람이 있는 곳에 야생의 곰이 음식물을 훔쳐 갈까? 몇 시간 전만 해도 표지판의 설명서를 읽으며 반신반의했는데

“Is tour food stored properly right, now?”

섬찟한 기분 대신 왠지 다시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기다림으로 한참이나 기다려 본다. 텐트 모기장을 들추고 나가 보았다. 어둠의 장막은 달빛으로 잠재우고 저녁 식사 때 고등어 구운 냄새에 이곳을 찾았을 흑곰.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본다. 아침 일찍 산행에 나섰던 임영오. 간밤 흑곰 생각에 정상을 앞에 두고 하산하다가 우리와 마주쳤다.

유별나게 야생선인장이 많은 세코야 암벽에도, 능선에도. 우리나라 서남해 무인도 섬에 하얀 괭이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있는 광경이구나. 하산하여 짐을 꾸리고 우린 다시 자인언트캐넌으로, 하늘을 찌를듯한 거목의 숲들. 큰 나무는 지름이 9m 둘레가 25m라니. 이 큰 나무 하나면 우리 한옥 7칸 반을 건축할 수 있다니, 그 거대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다시 흑곰과 불곰을 볼 수 있다니. 쓰러진 나뭇등걸에서 굼벵이를 찾는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트려도 유유자적이다. 자연과 그리고 야생의 동물과 인간과의 동화를 이곳에서 체험하는구나. 두려움이 없는 친근감 같은 교감을. 1982년 쓰러진 거목.(이 지구상에서 최고로 큰 나무)

등걸만 남은 썩어버린 그 나무(메타세쿼이아) 통 사이는 관광객들의 통로가 되고 110년이 넘은 지금에도 사진에 담아가는 사랑 받는 나무로 남다니. 부식하지 않도록 겉을 태워버린 그리고 그 많은 나무들 밑동마다 불로 태운(벌레가 침식하지 않도록) 그 지혜와 배려에 새삼 감탄해 보면서.

록키MT에서 뻗어져 내려온 쉐라산맥 400m 이상의 고봉이 7개, 3000m 이상의 고봉이 13개라니. 가히 그 위용과 장엄함이란 2030m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그 신비의 산. 하얀 설원의 여름에도 그대로라니.....

현기증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눈이 충혈됐다. 아마 고소적응을 못하는 고산병 같은 증상이 귀도 멍하게 만드는구나. 닭털 침낭에 겨울 솜바지와 파카를 껴입었어도 새벽녘에 잠을 못 이뤘다.(7월인데도)

찬 기운이 옷 속으로 스며온다. 주어온 솔방울로 모닥불을 피워도 불 쪽의 앞면만 따스할 뿐. 야영을 철수하고 다시 킹스 캐넌으로 16km(40리) 길이의 산행을 하여도 호수까지는 10마일 암벽과 폭포. 천지를 통째로 삼킬듯한 물소리뿐. 등산길을 잘못 잡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야 하다니.

하산하는길. 말을 타고 산행하는 일행이 부러웠을 뿐. 나귀엔 장비를 싣고 자이언트캐넌에서 다시 하루 야영하고 쎄코야캐넌, 자이언트캐넌 그리고 킹스캐넌이여 잘 있으라. 우린 또 먼 길을 떠나야 한다. 기분 나쁘고 음습한 멕시칸의 거리, 우리의 창고방으로(맨바닥에 카펫을 깔고 이불은 침낭. 베개는 천막, 바닥이 차면 종이 박스를 깔고.) 그대로 이곳이 한없이(잠자리) 편했다.

요 며칠 정대 친구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으려니. 죄를 지은 것 같고, 여행에서 오히려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보다 밤에 변기 스위치 내리기란 죄를 지은 기분이었으니. 옛말에 생선과 사람이란 3일만 있으면 냄새난다는 고사성어를 음미하며, 비록 냄새가 나는 창고라도 마음이 평안하다.

LA에 도착 한지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임’은 산타모니카에 산다는 후배 집으로 초청받아 어젯밤에 떠났고. 서울에서 이곳에 사는(이민) 몇 사람(다들 우리 집 차밭에서 며칠간 머물고 간 사람들) 주소도 적어왔지만 사는 모습들을 대충 보니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일 것 같아서, 콜로라도에 사는 혜수(오선생 후배)에게만 전화를 넣었다.

반가운 목소리. 그리고 이곳에 찾아온단다. 그곳에서 이곳에 오려면 3~4시간. 광주 가는 장거리인(서울에서) 데. 성의는 고맙지만 극구 만류했다. 8월에 한국에 귀국한다니 그때 보기로 하고. 외국 생활이란 거의가 다 몸으로 때우기 마련. 시간이 돈인데. 가깝지도 않은 먼 거리에서 번거롭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조카 재용이한테도, 이종 동생 인미·인나도 이국에 와 보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몇 번 전화번호 메모만 뒤적이고 그만두기를 몇 번. 서구화 되어가는 그들의 의식. 부모 지간에도 방문해도 되느냐는 의사 타진이 필요해진대. 하물며 불청객이 불시에 방문한다면 그 번거로움을 접어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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