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 논쟁을 보고

관군에서 의병으로 시평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2년 03월 31일(목) 13:47
이병록 소장
덕파통일안보연구소
정부가 선거 때문에 바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야 간에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물러나는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의 업무 파악을 도와줘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물러나는 대통령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도록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광화문 시대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약속으로 해석하면, 용산으로 옮기는 문제도 공약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관습 헌법에 수도는 서울이라고 판결하였다. 청와대는 국내외적으로, 전통과 관습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기는 절차가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만일에 다음 대통령이 다시 국방부에서 청와대로 옮기면 되는 문제인가? 청와대 이전 논쟁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 첫째는 책임과 권한에 대한 문제이다. 다른 행정기관은 몰라도 군대 지휘관은 엄격하게 인계인수 시기를 구분한다.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5월 9일 자정을 기준으로 권한과 책임이 구분된다. 청와대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국가 지휘부 이전에 관한 결정과 성패는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 사안은 인수위에서 정책으로 확정하고, 대통령 취임 뒤에 추진할 문제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결정할 일도 아니고, 선거 불복 문제는 더구나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면서 제왕적 대통령 당선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국가안보에 대한 논쟁이다. 국가안보를 전쟁으로 규정한다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강의를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국방부 장관으로 추천되었던 김병관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고 기고하였다. 평소 북한 위협을 과장하던 야당은 안보 공백이 없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던 여당에서 안보위협이라고 주장하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경구처럼 안보지도부가 한 장소에 있는 것은 업무 효율성이 있겠지만, 위험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셋째는 국가 정책은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절차에 대한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서는 신구 권력과 여야가 먼저 소통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봄꽃이 지기 전에”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감상적인 표현을 국가 정책에 인용해서는 안 된다. 세계 1차대전 때 독일 빌헬름 황제가 8월 첫 주 출정하는 장병에게 “낙엽이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하면 황태자 암살 문제를 위기관리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고 전쟁으로 해결했다.

넷째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연쇄적인 이동은 단순한 장소 재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구한말의 아관파천이나 일제에 쫓겨 다니는 임시정부 상황도 아니고, 평시에 합동참모본부(이후 합참)가 급작스럽게 전쟁지휘소로 옮겨야 할 긴급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합참은 오랜 기간 임시 건물을 사용하였다. 국방부 신청사는 합참 청사로 지었으나 국방부가 들어와서 오랜 기간 흩어져서 근무하였다. 지금 합참청사는 전작권 전환을 이유로 다시 신축하여 모든 합참 직원이 함께 근무한 시간은 10여 년 밖에 안된다. 다시 여러 건물로 흩어져 근무해야 한다. 별도의 국방부와 합참청사가 없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다.선거 때는 갈렸지만, 이제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이다.

신정부는 청와대 이전 논쟁을 앞으로 5년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단계적 이행 시기를 정하고, 절차에서도 정당성을 담보해야 한다. 앞으로 부딪힐 수많은 위기관리를 숙의 없이 밀어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 정부와 당내에서도 찬반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은 정부 방침과 달리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인권위원장은 환자 이동 경로 추적에 대한 인권 침해문제를 제기하였다. 개성공단 철수나 사드 배치 등은 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경우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찬성이 옳았지만, 대운하는 반대가 옳았다. 국민은 정권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보다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무조건 지지는 광적인 축구 애호가 훌리건과 다른 바 없다. 지지하는 정당 정책을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애당심이 아니다. 자식을 사랑할수록 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매우 중요하다. 2017년에 청와대 앞길이 개방되고, 2018년에야 인왕산길이 개방되었듯이 우리 경호 방식은 매우 통제적이다. 청해대와 청남대를 돌려주고 대통령 휴가 장소를 별도로 지었던 사례도 뒤돌아봐야 한다. 앞 정부에서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취소했던 이유도 경호 문제일 것이다. 소통이 강조되는 용산 시대를 맞아 대통령 집무실이 바뀌었으니, 경호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하는 체제가 뒷받침될 것이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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