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뿌리를 찾아서 1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2년 11월 23일(수) 12:17
김종수 목사
매해 10월 마지막 주일은 개신교의 시발점이 된 종교개혁기념주일이다. 종교개혁이란 단지 종교만의 개혁이 아니었다. 종교개혁이 촉발된 사상적 배경이 있다. 종교개혁은 14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Renaissance)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 역사가인 미슐레가 붙인 이름으로 그 뜻은 ‘재생’ ‘다시 태어나다’, ‘다시 생기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계몽주의 역사가들은 이 시대가 신중심주의 시대인 중세기와는 달리 고대 그리스의 인간중심적인 인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흔히들 중세기를 ‘암흑시대’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계몽주의 시대의 역사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들은 중세기를 가톨릭 교회의 통치에 억눌린 시대라고 보았기에 르네상스 시대를 이 어둠을 극복하고 인간의 자유로운 이성을 찾고자 고대 그리스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시대의 재생이라 하여 르네상스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르네상스 시대는 그리스 시대의 재생이 아니다. 그리스 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리스-중세 시대와는 전혀 새로운 사고의 시대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르네상스라는 말을 아주 새로운 개혁이나 변화를 말할 때 쓴다.
고대 그리스 사상이나 중세기 사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원론(Dualism)이라고 볼 수 있다. 이원론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두 개의 대립된 개념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인간이 무엇이냐고 할 때 인간이 무엇이라고 인간 자체에 대해 설명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반대되는 짝을 이루는 것을 통하여 설명한다. 즉 인간을 창조주인 신과는 반대의 피조물이라고 설명하거나 동물에게는 이성이 없는 데 반해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이성이 있는 존재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을 말할 때, 인간 그 자체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신이 아닌 존재 혹은 동물이 아닌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인간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인간 아닌 것, 즉 인간을 부정하고 다시 그 부정한 것을 부정함으로 인간을 설명한다. 인간은 인간 아닌 것의 아닌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두고 우리는 흔히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을 가지고 있다. 명사에 있어서는 맞다. 이것 아닌 것의 아닌 것은 분명 이것이다. 그러나 동사에 가면 모순이 일어난다. 가령 여기 내가 어떤 물건을 책상 위에 놓았다. 그리고 그 물건을 책상 위에 놓았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만일 내가 이 물건을 여기 놓았다는 것을 잊어버린 사실 조차 잊었다면 다시 기억나는 것일까? 이 모두가 모든 개념을 두 개의 대립으로 놓으려는 데서 출발한 것에서 생긴 문제다. 논리적으로 서구 사상의 기초가 되는 서구 이원론의 한계다.
르네상스 시대의 사상은 대립되는 개념을 부정함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것 자체로, 그것다운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새 사고의 지평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것은 서양사상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다. 이러한 새 사조는 처음에는 문학과 회화로부터 시작하여 철학과 역사, 종교, 그리고 자연과학과 나아가 실생활에 까지 점차 파급되었다.
세 차례에 걸쳐 이 글을 쓰려고 하는데 이 글의 시작은 46년 전 1976년 나의 스승 한태동교수(연세대학교 교회사, 올해 103세로 건재하시다)의 ‘종교개혁사’ 강의가 준 충격에 있다. 지금도 그 충격은 나를 깨우고 있다. 물론 그 분의 깊은 생각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여시아문(如是我聞)이다. 부족하지만 내가 들은 것을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 충격은 크다. 독자들에게도 건강한 충격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약력]
현 목포산돌교회 목사
현 전남 NCC 회장
현 목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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