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바라보며 지키고 서 있는 당산나무 수호신께 새해기도 한번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3년 01월 12일(목) 13:09
영암 느티나무 당산나무
전남도는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오랜 세월 보존되고 관리해온 남도의 역사가 깃든 ‘으뜸숲’ 12곳을 선정했다. 그동안 도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숲을 널리 알리고,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해 미래 세대에게 명품숲을 물려주기 위해 이뤄졌다.

22개 시·군에서 대표 관광자원화 할 숲 44개소를 신청받아 역사성, 보전성, 대표성, 심미성 등을 고려해 월별·계절별로 엄선된 12개소 중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 제를 지내는 영암 느티나무 노거수 당산나무가 가을철 으뜸숲으로 지정되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시대가 변하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전남 영암군 군서면 월곡리에는 한자리에서 무려 약 516살로 추정되는 나이를 먹을 동안 영암의 발전을 지켜본 나무가 있다.

높이 23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는 7.48m이며, 가지의 길이는 동서가 28.5m, 남북이 29.8m에 달하는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짙은 응달을 고르게 이루어서 정자목으로 오가는 손님과 마을 주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며 당산나무로 추앙을 받고 있다.
당산(堂山)이란 마을 사람 모두가 공동으로 받드는 마을의 수호신으로써 마을의 평안과 풍년은 물론 여러 가지 질병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달라는 기원과 믿음을 가졌던 대상이었기 때문에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당산나무가 여러 그루 모여있으면 당숲이 된다.

또한, 마을사람들은 음력 정월 대보름에 이 나무를 중심으로 풍악놀이를 해왔다. 나무에는 항시 금줄을 매놓고 명절 때마다 부락의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오며 마을사람들의 단합과 문화생활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나무로서 생물학적 보존가치도 크므로 천연기념물 제283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오래된 마을이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한 특정지역이나 산에는 당산나무 골매기나무가 심어져있다.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숭상하면서 함부로 건드리지 아니한다. 만약에 건드렸다가는 큰 동태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등의 당산나무의 설화나 풍속이 지역마다 있다.
영암에도 당산나무 관련 풍속이 있는데 봄철에 당산나무의 잎이 피는 모양을 보고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것이다. 잎 점치기는 봄철에 마을 공동체의 의례와 제사에서 신체(神體)가 되는 당산나무에 잎이 어떻게 피는지를 살펴보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알아보는 점풍(占豊)이다.
실제로 영암군 덕진면 노송리에서는 3월에 당산나무 잎이 피는 것을 보고 그해 농사가 어떨지를 짐작하였는데, 당산나무 잎이 한 번에 피면 농사가 잘되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또한 당산나무 잎이 필 때 아래쪽이 먼저 피고 위쪽이 나중에 피면 물이 귀해져서 농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예측하였다.
봄철이 되어 나뭇잎이 피기 시작하면, 당산나무의 잎이 피는 모습과 상황, 방향, 시기 등을 관찰하여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게 되는데, 이러한 당산나무 잎 점치기는 전국 곳곳에 유사한 방식과 이름으로 전하여 오고 있다.

지역사례들을 살펴보면 전남 함평에서는 당산나무의 잎이 아래에서부터 피면 벼가 풍년 들고, 위에서부터 잎이 피면 피가 풍년 든다고 점친다.
고흥에서는 당산나무의 잎이 윗부분에서 잘 피면 북부지방의 시절이 좋고, 아래에서 잘 피면 남부지방의 시절이 좋으며 중간에서 잘 피면 중부지방의 시절이 좋다고 한다.

공주에서는 당산나무 잎이 한꺼번에 많이 피면 비가 흔하고, 반면에 잎이 늦게 피면 비가 적다고 믿는데 잎이 필 때 아랫부분이 늦게 피면 가뭄이 일찍 오고, 윗부분이 늦게 피면 가뭄이 늦게 든다. 그래서 잎이 위아래 구분 없이 골고루 피어야 물이 넉넉하다고 점친다.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에서는 당산나무 잎이 두 번 피면 그 해 큰물이 두 번 들고, 세 번에 걸쳐 피면 큰물이 세 번 든다고 점친다.
봄철에 나뭇잎이 피는 모습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던 것은 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에는 수분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보면, 당산나무 잎 점치기를 통하여 봄철에 나뭇잎이 피는 모습을 세심히 살피는 것은 그해에 가뭄이 들지를 미리 판단해 보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새싹이 움트는 시기에 땅에 물기가 적으면 새순에만 잎이 피기 때문에 가뭄이 들 것으로 예상하였고, 물기가 많아 전체적으로 잎이 피면 가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당산나무 잎 점치기는 이러한 관찰을 통해 미리 가뭄에 대비하고자 하는 풍속으로 보인다.

특히 마을 공동체 의례의 신체인 당산나무는 그 신성함으로 말미암아, 어떻게 나뭇잎이 피는가에 따라 1년 농사의 풍흉 여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당산나무 잎 점치기 풍속이 행해졌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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