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과 끝, 좋은 전쟁은 없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3년 05월 11일(목) 11:13
이병록 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과 세력균형, 민족 갈등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끄집어냈다. 이웃 국가 사이에 영토와 역사가 얽히지 않는 민족과 국가는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예프를 모태로 한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앙금이 있다. 민족 간 친 연성보다는 이웃 국가나 민족이 적이 되면 더 적대적이다.
브레진스키는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터키, 이란, 한국을 지목하였다. 존 미어샤이머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행한 국가로 폴란드와 한국을 들었다. 사실 우크라이나도 한반도처럼 지정학적으로 닮은 점이 있다.

그리고 강대국과 인접한 국가는 코끼리와 한방을 쓰는 것과 같다. 코끼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피해를 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과 약소국, 미국과 러시아 갈등, 민족 갈등, 지도자의 리더십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이번 전쟁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엇갈린다.
외교가 없는 전쟁의 시작,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나토 동진 정책과 맞물린 우크라이나의 친 서방 외교정책에 따른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협과 젤렌스키의 외교 실패를 원인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러시아 팽창주의와 푸틴의 러시아 부흥을 위한 극우적인 성향을 원인으로 본다.
러시아는 자연적 장애요인이 없어서 완충지대를 이용한 긴 종심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의 친 서방 외교정책에 나토가 턱밑까지 온 지정학적 위협이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얄타회담에서 “역사적으로 폴란드는 침략하는 세력들의 회랑지대였다”라는 스탈린 표현처럼, 푸틴이 아니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우크라이나가 핵무장을 포기하고, 동맹이 없어서 침략 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과 인도, 중국과 소련 간에 일어난 국경분쟁은 핵을 보유한 국가 간 분쟁이라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냉전 시대에 미소는 대리전을 통해서 전쟁했다. 이 전쟁도 미국의 나토 동진에 따른 대리전 성격으로써 오히려 동맹관계가 전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만 가입하고, 군사적 완충지대로 남았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쟁의 끝은 결국 외교의 몫,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강대국은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전리품을 얻지 못하거나 뺏긴 상황이 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삼국간섭으로 빼앗겼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유럽세력 들 개입으로 전승 이권이 제한을 받았다. 러시아가 승리했으나 주변 강대국이 간섭하는 경우로써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승리해도 영토가 확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핀란드와 소련 간의 ‘겨울 전쟁’이다. 핀란드는 전투에서 이기고도, 영토의 10%를 소련에 내어주면서, 소련에게 안보적 보장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침공의 명분과 10%에 달하는 점령지역 등 유사성이 많다. 6·25 전쟁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작전지휘권이 없는 상태에서 소극적으로 저항했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당사자이다. 전쟁 피해를 입은 국민 일부는 동의할지라도 영토 할양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받아들기기 어렵다.

둘째는 교착상태 고착화 되고 장기화 되면서 피해가 커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현 전선에서 종전이 아닌 ‘휴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두 개 나라가 자발적으로 협상할 가능성은 낮고, 서방 국가들이 현 전선에서 전쟁 종결을 강요하는 방안이다.
미국과 중국이 직접 교전 당사자로서 피해가 많았던 6·25전쟁과는 달리 미국은 간접 당사자로써 종전이 시급하지 않을 수 있다. 서유럽은 전쟁피로도 때문에 중국은 국제적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 협상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초기부터 ‘6.25 전쟁’의 ‘정전모델’이 계속 언급되었다. 이 경우 전쟁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거나 남북한처럼 적대적 상황이 오래 갈 수 있다.
셋째로, 미국의 베트남과 이라크, 미·소련의 아프가니스탄처럼, 명분 있는 철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 경우는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의 전 방위적 제재 해제 등 러시아의 명분을 세워주어야 하며, 협상에서 러시아의 양보와 체면 유지가 필요충분조건이다. 푸틴의 결정이 중요한 것이, 소련이 동독에서 철수할 때 KGB 파견 요원이었던 푸틴은 “어떻게 소련이 유럽에서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단 말인가!” 하면서 비탄했었다.

러시아가 철수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친 러시아계 국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 있다. 중립지대로 남겨 놓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일정 기간 후에 중립적인 선거 감시를 통해서 주민들이 자기 운명을 결정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

어떤 방법이든 우크라이나가 입은 막대한 전쟁 피해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처럼,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 회복에 집착하면 전선이 고착화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6·25전쟁 고지전처럼 피해는 더 커진다. 휴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젤렌스키는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 등과 같은 미군 계획을 거부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이승만 제거작전인 ‘에버레디 계획(Plan Everrready)’ 같은 정권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
멋지게 끝나는 전쟁도 좋은 전쟁도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항구적인 평화를 만드는데 실패했더라도 전쟁은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잃은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외국은 어차피 당사자가 아니다. 남북한은 정치적 해결 없이 군사적인 종전 70년을 맞이하고 있다. 평화는 목표이지만 과정이다. 군사적 대치와 적대 관계를 국가 지도자 한 명의 의지로 풀기는 어렵지만, 과정으로써 정치적 긴장 완화는 추진해야 한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영암일보 yailbo@daum.net
이 기사는 영암일보 홈페이지(www.yailbo.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yailbo.com/article.php?aid=1397767513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6일 07: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