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모두 패자가 되는 현대 전쟁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3년 05월 25일(목) 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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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업 국가 전쟁에서는 농업이 생산력이므로 농토와 농민을 보존하면서, 영토와 인구 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 제국주의 침략은 약소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경제적 수탈을 한다는 측면에서 농업국가 전쟁과 같다.
근대 민족국가 등장으로 민족 갈등이 전쟁을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나 민족해방전쟁은 타민족 지배에 대한 민족갈등이나, 민족자결이 주요 원인이다. 전사가(戰史家)들은 1차 대전이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지막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영토 점령을 목표로 하는 전쟁의 거의 사라졌다. 다만 한국, 베트남, 예멘처럼 통일을 명분으로 하는 전쟁이 있다.
유목 민족은 제한된 초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쟁자를 살육한 점에서 근대 산업국가 간의 전쟁이나 현대 핵전쟁과 유사하다. 산업화로 살상력이 높아진 화력으로 적의 병력을 섬멸하고 적의 산업시설을 파괴하였다. 미군 전략사령관이 케네디에게 “핵전쟁이 일어나 소련이 1명 남고, 미국이 2명 남는다면, 미국 승리이다”라거나, 6.25 전쟁에서 미 공군 조종사가 북한지역에 폭격할 대상이 없다는 표현은 전쟁의 성격을 나타낸다.
냉전 당시에 소련의 동유럽사태 개입과 브레즈네프독트린,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세력권 유지가 목적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개입도 세력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권을 유지하거나 교체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6.25 전쟁은 현상유지를 위한 원상회복이 목적이었다.
왕정국가가 독재국가에서는 의사결정 절차 없이 전쟁 결심이 쉬웠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도 민족 갈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쉬웠다. 냉전 시 미국 우위가 확실해지자 소련에서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미국이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위했다고 한다. 베트남전 이후 ‘파월독트린’으로 국민의 지지 없는 전쟁은 일으키기 어렵게 되었다.
전쟁은 클라우제비츠가 설파했듯이 예상치 못한 도전과 장애물 등 불확실성의 상황으로 국가와 지도자의 존망이 갈린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소련 침공 실패로 몰락했다. 국가의 존망이 갈린 중차대한 전쟁을 쉽게 생각해도 낭패를 본다.
독일 빌헬름 1세는 출전하는 장병들에게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4년이 넘는 장기전 끝에 패망했다. 몇 주, 길어도 몇 달이면 완료될 것으로 확신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소련 해체의 서곡이 되었다. 맥아더는 추수감사절, 늦어도 크리스마스는 고향에서 보낼 수 있을 거라도 장담했으나 2년을 더 끌었다.
지도자가 무책임하게 전쟁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는 다는 식으로 호언장담했다. 이런 발언들은 미국에게 경감심을 주어 한국군 전력 강화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전쟁은 최후 수단이 아니라 피해야 할 수단이다.
외교 대신 전쟁으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미국은 독일 통일 때 고르바초프에게 1피트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러시아를 경시하고 나토 동진 정책을 폈다. 키신저는 6.25 전쟁에서 맥아더가 38선을 넘는 작전을 추진하여 중국의 개입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브레진스키도 러시아와 중국이 밀착하는 상황을 경고했다. 중국과 소련을 이용하여 서로 견제시켰던 대전략이 무너졌다. 유엔에서 국제적 협조를 잃었고, 얻은 게 있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다.
러시아는 침략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제재까지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적대감과 비교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와 대치하면서, 주변 중립국까지 나토에 가입하는 상황이 된다. 적대적인 국경선이 길어지고 종심은 짧아지는 더 나쁜 지정학적 안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 러시아 옆에서 많은 억압을 받았기 때문에 역사적 앙금이 너무 크다. 히틀러 침공 시 우크라이나는 민족해방으로 생각하였을 정도였다. 현재의 피해는 국토가 파괴되고, 탈출 난민은 800여만 명이며 국내 난민이 700여만 명이다. 잘해야 잃었던 땅을 되찾아도 친러시아계 주민과는 오월동주 상황이 된다.
중국은 미국이 관심이 러시아로 가는 동안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중재처럼 전쟁 종결을 중재한다면 국제적 위상이 오른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인 이유는 군사력도 있지만 달러 기축통화이다. 위안화는 국제 무역금융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제재 받는 러시아가 위안화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해서 했기 때문이다.
서유럽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써 수출국인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지난겨울 독일의 한 가정에서 왜 이리 춥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들이 러시아가 제재를 받는데, 왜 우리가 추워야 하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농부는 소를 잃고 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칠 수 있지만, 전쟁에서는 외양간마저 없어질 수 있다. 국가 지도자는 전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삼지 말고, 전쟁 억제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현대에는 전쟁으로 타국 땅을 점령해도 통치가 불가능하고, 자국 경제에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 오랜 평화에 염증을 느껴서 전쟁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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