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치료의 비극 -헤라클레이토스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3년 08월 31일(목) 10:50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강성률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난 헤라클레이토스는 한 친구가 다수결에 의해 추방당하는 것을 보고 나서 대중을 멸시하고 민주주의에 반대하였다.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그의 발언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오만하기까지 하였는데, 부패한 정치적 상황을 치료하는 특효약으로서 ‘모든 시민이 목을 매어 자살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치에 열중하는 대신, 신전에 나아가 아이들과 주사위 놀이를 더 즐겼다.

결국 그는 인간들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산 속으로 들어가 풀과 잡초로 끼니를 연명해나갔다. 이것이 그의 건강을 해쳤는데, 그러한 섭생(攝生)으로 말미암아 도리어 그는 수종증(임파액이나 장액이 많이 고임으로써 몸이 붓는 병)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처방에 따라 병을 치료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선택한 처방이 바로 쇠똥치료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쇠똥을 온몸에 바르고 햇볕 아래 누웠는데, 이러한 무지막지한 치료가 그를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더욱 비극적인데, 그러한 사정을 알 리 없는 무지한 개들이 쇠똥을 바르고 누워있는 헤라클레이토스를 보고 시체인 줄 잘못 알아 머리며 살이며 뼈다귀며 할 것 없이 모조리 먹어치웠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시체만큼이나 이 세계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이 세계는 낮과 밤, 겨울과 여름, 전쟁과 평화, 과잉공급과 기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등으로 대립하여 있다. 하지만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하면, 이러한 대립적인 여러 힘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을 통하여 모든 발전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낮과 밤, 겨울과 여름, 전쟁과 평화 사이의 조화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으며, 이념 대 이념, 인간 대 인간, 계급 대 계급, 민족 대 민족 사이의 투쟁을 통한 조화로써 세계가 유지되어 간다. 가령 우리 몸속에도 새로 발전하는 세포와 퇴보하는 세포 사이의 무한한 싸움을 통하여 건강이 유지되는데, 그러한 세포분열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비판이 없는 사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싸움이야말로 만물의 아버지이자 만물의 왕”이라고 하였다. 투쟁, 전쟁이야말로 모든 것을 생산해내고 또한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뜻이리라.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년 무렵-475년 무렵)는 소아시아 연안의 에페소스 시에서 왕족으로 태어났으며, 만물의 근본물질을 불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상품이 황금의 교환물이고 황금이 상품의 교환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불은 만물의 교환물이고, 만물은 불의 교환물”이라고 하였다. 가령 우리가 돈으로 물건을 사고 팔 듯이, 불과 만물은 서로가 서로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흐르고 변할 뿐 정지된 것은 없다고 하였다. 이것을 만물유전(萬物流轉, panta rhei) 사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두 번 다시 같은 물결을 탈 수 없다.”는 주장으로 뒷받침된다. 가령, 우리가 흘러가는 물속에 발을 담갔다가 꺼내어 다시 집어넣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아무리 빨리 집어넣어도 나중에 집어넣은 그 지점의 물은 애초의 물이 아니다. 처음의 물은 하류로 흘러가 버렸고, 현재의 물은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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