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이나 가리지 말아주시오 - 디오게네스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3년 09월 07일(목) 1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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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당대의 기인(奇人)으로 소문난 그가 거리의 큰 통 속 같은 데서 살고 있을 때였다.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대가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고?” 하고 묻자, 디오게네스는 “그보다도 햇볕이나 가리지 말아 주시오.”라고 응수하였다. 그러자 대왕은 “만약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라면, 기꺼이 디오게네스가 되겠다.”고 말하며 물러났다고 한다. 세상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지배하고 정복하려고만 했던 제왕, 그와 정반대로 세상 것들을 무엇이든지 버리려고만 했던 철학자의 절묘한 만남이라고나 할까?
디오게네스에게 이 세상의 부와 명예, 권력은 무가치할 뿐 아니라 귀찮은 것이었다. 그것은 한 순간의 따사로운 햇볕보다도 못했다. 디오게네스는 ‘아무런 부족도 느끼지 않고, 아무런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신(神)의 특질이라 여겼다. 필요한 것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신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간편한 생활을 삶의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때문에 디오게네스는 무욕(無慾)과 자족(自足) 그리고 무치(無恥)를 생활목표로 설정했다. 아무런 욕심 없이 현재의 처지에 스스로 만족하며, 부끄러워하지 않는 생활이 그의 이상적인 삶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러한 삶을 매일 살아가고 있는 동물이 바로 개이다. 개는 아무 것도 갖지 않고, 남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없이, 주어진 대로 먹고 아무데서나 잠을 잔다. 이처럼 ‘개 같은’ 생활이야말로 디오게네스가 추구하는 삶의 이상이었던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속한 학파를 우리는 ‘키니코스 학파’라고 부르거니와, 이 말은 키온(Kyon-개)이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다. 또 이를 두고 견유학파(犬儒學派)로 해석하는 것도 개(犬)와 관련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그는 큰 통속이나 개집에서 개와 함께 살았는데, 실제로 가진 것은 옷 한 벌, 한 개의 지팡이, 물을 떠먹기 위한 그릇 하나, 두타대(頭陀袋, 옷을 넣는 자루)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어린아이가 손으로 물을 떠 마시는 것을 보고(다른 설에는 개가 물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 물그릇마저 내동댕이치고 말았다고 한다. 인간이 아무런 소유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왔던 디오게네스이지만, 아직 자신이 철저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다.
원래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아무런 소유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문화의 편리에 젖어버렸기 때문에, 혹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견주어보고자 하는 비교 의식, 나아가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하여 옛날의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의 탐닉으로부터 벗어나 원시 상태의 단순함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고 싶으면 부와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을 타파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 자유롭고 싶으면 자연에 반(反)하는 모든 것들을 쳐부수어야 한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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