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투자유치정책이 주는 교훈 !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3년 10월 13일(금) 12:03
정순남 전 전남도 경제부지사 /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금년 3월에는 배터리 셀기업인 SK온과 양극재기업 에코프로는 중국 최대 전구체 업체인 거린메이와 함께 합작사(JV)를 세우고 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E의 모기업인 LG화학도 지난 4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10만톤 규모 양극재 활물질 소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 JV는 2028년까지 총 1.2조원을 투자해 연 10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음극재 업체인 대주전자재료는 2026년까지 총 2045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음극재 제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LGE도 274억을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용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해액 첨가제 업체인 천보는 총 5125억원을 투자해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차세대 전해질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덕산테코피아도 2024년까지 740억원을 투입해 전해질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최근 새만금 최대규모 투자기업으로 알려진 LS그룹은 2028년까지 1.84조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원재료인 전구체와 황산메탈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대 전해액 업체 엔켐과 중앙디앤앤엠 합작법인인 이디엘은 5만톤 규모 리튬염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리튬염은 이차전지 전해액의 원료다. 양사 JV는 2026년까지 총 6005억원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전북 새만금에 이차전지 소재업체들이 6.6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수십년간에 걸친 전라북도의 집념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투자진흥지구와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규제혁파, 세제와 예산지원이 예정되어 투자환경이 더욱 개선되었다.
기업투자유치정책은 중앙정부의 압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새만금의 경우 국무총리실에 새만금투자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새만금청이 만들어져서 새만금추진전략, 인프라, 금융, 세제, 규제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총괄하였다. 전북차원에서도 새만금 전담국을 두어 도민들과의 소통, 중앙정부 정책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전북의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념적 문제와 분리하여 새만금정책의 성공을 위하여 보수정권과 진보정권과 관계없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실리주의적 모습을 보여왔다. 전남의 정치권은 전북의 실리적 정치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남 정치권은 대의명분의 중시, 선거승리를 통한 정권유지 및 쟁취,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의 유지와 확산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노력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지역발전은 그러한 정치적 산물로 주어지는 결과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권의 진출한 민주화 세력도 산업화 추진경험이 일천하다. 지난 김대중 정부이후 여수 엑스포를 통한 전남 동부권의 인프라투자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은 이미 민간기업중심 글로벌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수도권집중으로 정권유지 및 쟁취가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시대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연유에서 인지 첨단전략산업군 10대기업이 전남에 대규모 민간투자를 한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기존에 산업이 집적된 여수 광양만권은 제외).
국가예산을 활용한 투자는 기반조성사업이나 인프라투자와 연구개발투자는 창업, 사업화, 일자리창출 등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경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끊임 없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적 사례를 보면 지역발전은 민간기업의 투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일부 선행되어 기반시설이 갖춰지기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 이뤄지지 않는 한 지역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조지아, 텍사스, 미시간 등의 불모지가 한국 전기차, 배터리기업과 반도체기업의 투자로 상전벽해가 된 사례가 그렇다. 국내에서도 용인, 화성, 평택, 오창 등의 과거 중소도시가 반도체기업과 배터리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세계적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 사례다. 용인, 화성의 경우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입지하고 있어 높은 토지비용에도 불구하고 인력충원, 주거환경, 생활편리 시설 등이 전남 등 비수도권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평택의 경우 풍부한 전력공급, 항만, 고속철도 등 기반시설의 잘 갖춰진 지역이라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투자여건이 열악한 전북의 새만금 투자유치성공사례는 전남의 투자유치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전남의 상대적 투자유치 부진에는 정치적 리더쉽을 기회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투자방향과 전략에 있어서도 인구감소, 지역소멸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수조원이 투자되는 고속도로, 연륙교 등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첨단산업을 위한 기반구축이나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송변전시설 확충에 우위를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지방살리기에 대한 열정과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전남은 제조업이 전무한 전북과 비교하여 여수, 광양만권에 세계 최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철강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으로 미래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광양만권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생태계가 어느정도 갖춰진 이 지역을 이차전지산업 특구기회로 살리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지난 7월 전국에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소부장특구 지정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전남이 제외되었다.
전남이 가진 자원중 가장 비교우위가 많은 자원이 재생에너지다. 태양광 생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안군쪽에 계획하고 있는 8.2GW 풍력발전 단지가 완성되면 전남은 재새에너지를 활용한 RE100 기업투자유치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전의 재정적자와 이자율 상승 등으로 해상단지조성과 송전투자문제, 지역주민동의가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중심 서남해안 기업도시는 각종 규제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수년째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수광양만권 수소도시 프로젝트도 수소수요의 불확정, 각종규제, 투자리스크 문제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다.

휴대폰산업 이후 별다른 신생산업이 부재한 가운데 최근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의 탄생에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배터리산업은 새만금, 울산, 포항, 오창 등으로 이미 국가차원의 생태계를 확정한 상태다. 앞으로 남은 미래 신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는 수소산업과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산업이 될 것이다.
상대적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는 이 산업이 전남의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특단의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약력]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자원부 시장관리과장
산업자원부 무역정책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
전라남도 경제부지사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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