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3년 11월 09일(목) 12:45
강성률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제일 먼저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아폴론 신을 모시는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었다. 여기에서 아폴론 신이란 빛과 진리의 신으로서, 탁월한 예언능력을 발휘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당시 권력자들이 전쟁의 승패를 미리 알기 위해 이 신전을 찾아왔는데, 신탁은 신전 안 가장 깊숙한 지성소(至聖所) 안에서 이루어졌다. 보통 쉰 살이 넘은 무녀(巫女)가 광기 어린 환각상태에서 신의 소리를 전했기 때문에 남자 승려의 해석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40대일 때, 그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이레폰이 아폴로 신에게 물었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에 대해, 신전의 무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소포클레스는 현명하다. 에우리피데스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
여기에서 앞의 두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비극작가들이었다. 어떻든 카이레폰은 이 신탁의 내용을 즉시 소크라테스에게 알렸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도리어 크게 놀랐다. 그 스스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무지의 지(無知의 知)’인 바,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한 가지 사실(스스로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더 알고 있었고, 바로 이것이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현명한 아테네인으로 신탁이 내려진 이유였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소크라테스는 평소부터 신전 현관 기둥의 아랫돌에 새겨진 비명(碑銘, 그리스어로 -그노티 사우톤. 영어로 Know thyself, 평어체로 “너를 알다”)를 외고 다녔는데, 원래 이 뜻은 “유한한 존재인 너희는 전지전능한 신에 대해 도전할 생각일랑 말아라!”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는 유명한 교훈, 즉 비석에 새겨진 글은 소크라테스를 거쳐 우리에게까지 전해져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구절을 처음 발설한 당사자로 다른 현자를 드는 주장도 있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그리스의 철학사가.『철인전(哲人傳) 10권』의 저자)는 이를 그리스 7현인 가운데 한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스 7현인(賢人)이란 탈레스, 비아스, 피타코스, 클레오브로스, 솔론, 킬론, 페리안드로스(플라톤에서는 뮤손) 등 기원전 7~6세기에 살았던 일곱 명의 현자를 가리킨다.
이 가운데 탈레스는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탈레스의 이 말을 빗대어, 아테네의 희극작가 메난드로스는 오히려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알라고 하는 쪽이 더 유익하다.”고 비판하였다는 말 역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떻든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사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진정한 현자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진리는 무지를 자각하는 사람에게서만 파악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람만이 지혜를 사랑하게 되고, 그리하여 끊임없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훈이 무조건 겸손함만을 강조하는 것은 또 아니다.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촉구하는 말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하는 경구를 통하여 아테네 시민에게 스스로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도덕의식을 고취하라고 주장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물론 신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으며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자각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내용 중 일부는 졸저『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강성률, 광주교대 명예교수, 철학박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투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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