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질때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3년 11월 16일(목) 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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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는 인생에 관한 매우 유명한 3대 문구가 있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죽음을 기억하라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이다. 알렉산더대왕의 아버지 필립 2세는 종에게 아침마다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대왕이시여!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자기 고향에서 시가행진할 때 그가 탄 마차 뒤에서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세상의 성공에 취해있는 승리자에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평상시 죽음을 도외시하는 면도 있으나 죽음을 기억할 때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자기성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존적 물음과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우화가 있다. 어떤 나그네가 광야를 지나다가 사자(코끼리)가 덤벼들자 도망치다 물 없는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물 속에는 큰 뱀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밑바닥에 내려갈 수도 없고 우물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나그네는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아!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나뭇가지를 쳐다보니 검은 쥐와 흰쥐가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결국은 부러져서 우물 밑에 있는 큰 뱀의 밥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나뭇잎 끝에 흐르고 있는 몇 방울의 꿀을 발견하자 혀로 핥아 먹는다.
여기서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꿀은 젊음과 성공 등 부와 권력, 좋은 집, 번쩍거리는 차, 행복한 가정 등일 수도 있다. 흰쥐와 검은 쥐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인생이 80~100년 지나면 결국 가지가 부러지는 것처럼 인생은 끝이 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인생의 모습을 비유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 앞에 서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사소한 것이 되고, 사소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신은 모든 사람을 오리지날로 만들었지만, 그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카피로 살아간다고 말이다.
몇 해 전 친정아버지께서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요한 병원에 들어가신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술을 좋아하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시다 보니 어머니는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셔서 약술을 많이 담가두셨었다. 인삼 술, 더덕술, 각종 다양한 약초로 술을 담가두셨다가 드리곤 했었다. 그런 탓인지 하루 이틀이 멀다고 술을 드셨던 아버지는 건강하신 편이셨다. 팔십이 거의 다 되셔서 치매가 오셨다.
알코올성 치매가 아닌가 싶은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셨고 엄마는 견디기 힘들어하셨다. “네 아버지 절대로 병원에 안 보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끝까지 집에서 모시련다”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엄마는 아버지의 증상이 심해지시자 하루가 멀다고 전화를 하셔서 “네 아버지 때문에 난 못산다, 못살아, 빨리 병원에 모셔가라” 하시며 하소연하셨다.
동생과 나는 고민 끝에 아버지를 병원에 모셨다. 신앙하는 나는 아버지를 찾아가 말씀을 전해드렸다. 어떻게 천국 가시는지 신기하게도 말씀을 전할 때는 아버지의 정신을 또렷하셨고 잘 들으셨다. 가끔 병원을 방문해 말씀을 전해드렸고, 아버지는 그때마다 두 손을 꼭 잡으시며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셨다. 입원하신 지 6개월쯤 되는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의식이 없으셨고 산소호흡기를 의지해 희미한 호흡을 연명하고 계셨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계신 아버지께 어머니에 대해 안심도 시켜드리고, 평안도 전해드리고 찬송가를 3곡 연이어 불러들이자, 아버지는 깊은숨을 몰아쉬고 얼굴엔 환한 미소를 띠시며 숨을 거두셨다.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장례를 치르던 날 하얀 눈이 예쁘고 소담스럽게 내렸는데 마치 하늘의 축복이 선물처럼 내리는 느낌이었다.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는 험난하고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오셨다. 그러나 내가 본 아버지 인생의 마지막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셨다.
아버지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약력]
경희대 글로벌거버너스 석사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한국자살예방교육협회이사
한중문화교류회 이사
한국인권교육원 인권위원
광주시 교육청 학부모강사
행안부)안전교육 전문강사
광주시 인권교육강사
광주이주여성 인권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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