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최고 가치는 쾌락(?) - 양자(楊子)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3년 12월 29일(금) 13:24 |
|
동생 공손목의 집에는 뒤뜰에 방이 수십 개나 있었는데, 방마다 여자들이 들끓었다. 그가 여자들에게 빠져있을 때에는 친구들도 다 내쫓고 뒤뜰에 있는 방으로 가서 낮이나 밤이나 두문불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 마을에 예쁜 처녀가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처녀를 차지하려고 했다.”
이상은『열자』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에 근심하던 자산은 형과 아우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짐승보다 귀한 까닭은 이성(理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형님과 아우께서 제 말을 받아들이신다면, 관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두 사람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싶소.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억제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오.” 그에 대한 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 주공, 공자의 경우, 살아서는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소. 하지만 죽은 다음에는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소. 그러나 죽고 난 다음에 아무리 칭송을 받은들, 당사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소? 반대로 욕을 얻어먹은 걸(桀)임금과 주(紂) 임금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소. 그들은 평생을 술과 고기와 여자 속에서 뒹굴었소. 이들 두 악한 군주는 살아서는 마음껏 즐기고 누렸지만, 죽은 다음에 사람들의 욕을 먹고 있소. 그러나 죽고 난 다음에 아무리 욕을 얻어먹은들, 당사자에게 무슨 욕될 것이 있겠소?”
현재의 쾌락 외의 것들, 돈이나 명예, 권력에조차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에 대한 논리를 더 들어보도록 하자. “아득한 태고적의 일들은 물론,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본 것도 오십 년이 지난 다음에는 기억하기 어렵다. 이렇게 허망한 것이 인생인데, 돈과 명예와 권력을 좇으며 괴롭게 살 이유가 무엇인가? 지나가면 잊힐 일시적인 것을 위해 지금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희생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후손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는가? 죽은 뒤에 길이길이 이름이 남는다고 나에게 좋을 것이 있겠는가? 그런 것이, 죽어서 말라 버린 뼈를 윤택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논리대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좇으며 괴롭게 살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술과 여색을 죽도록 즐기는 것도 문제 아닐까? 두 사람이야 권력자(자산)을 형이나 동생으로 두었기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술과 여색을 즐기기 위해서는 또다른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이 그렇다면, 그것들을 얻기 위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희생시키는 것은 그들의 논리에 맞지 않은 일이 아닌가?
다만 양자의 이런 주장들이 높은 자리 차지하려 이전투구 벌이는 사람, 자기 치적 과시하려 나라 세금 끌어다 큰 건물 짓는 자치단체장들, 자손 만대까지 재산을 물려주려는 재벌들에게는 교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이 그 교훈을 새겨들을 리는 만무하지만. 왜냐하면, 충고를 받아들일 인격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 세상에 ‘이성(理性)’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