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길 위에 선 김대중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4년 02월 01일(목) 14:10
이정화 논설위원
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이 넘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이 지난 10일 개봉되었다. 다큐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며칠 전 관람을 했는데 묵직한 감동에 전율을 느꼈다.
다큐 길 위에 김대중은 2013년 정진백 김대중 추모사업회 회장이 김대중평화센터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승낙하면서 본격 제작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다.
1천700시간에 달하는 영상자료를 확보해 12시간씩 5개월간 검토했으며 김대중도서관과 평화센터에서 보관 중이던 영상과 오디오 등 자료 확인에 7개월이 걸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제 음성기록과 주변인의 증언,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미공개 영상과 시각자료, 많은 양의 아카이브 자료를 끌어모았고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 목소리도 담았다. 격동의 한국의 근현대사 정치사를 압축해 놓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의 꿈을 키운 청년기부터 정계에 입문한 이유와 대통령 후보에서 군부독재와 맞서 싸운 투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조명한다. 정치적인 수난사를 살펴보면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 4번의 국회의원 낙선, 3번의 대선 낙선, 87년 광주망월묘역에서 5.18 희생자를 찾고 광주시민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민환기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인에서 투사가 됐고 사상가가 됐으며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는지 그 우여곡절의 과정과 진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영화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들을 살펴보면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안을 무조건 반대한 야당과 달리 줄 것은 주고 받을 건 확실히 받자는 실용주의 외교협상 조건을 주장하며 세간에 주목을 받는다. 71년 4월 신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김대중의 장충단공원 연설은 유명하다. 100만 관중에게 대중 경제론, 3단 경제론, 4대국 안전보장론 등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했다.
80년 군사재판에서 내란 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 생활 동안 1000여 권에 달하는 독서를 섭렵하였고 40여 년 전에 인공지능시대에서 대한 미래예측도 들어볼 수 있다.
사형선고 후 최후진술에 대한 김대중의 회고 육성이다. “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는 돌아온다. 그때 여러분들이 오늘 우리한테 이런 일을 저지른 분들에게 보복하지 마라, 보복하지 말고 민주주의만 확고히 해라, 사람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라”며 용서와 관용을 강조했다.
사형수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수감생활 하던 중 신군부의 망명제안과 정치활동 포기각서 작성을 거부하지만, 아내의 설득에 결국 타협한다.
하지만 그는 777일간의 미국 망명 기간 미국 전역을 돌며 200회 강연과 방송 출현을 통해 미국여론을 움직였고 한국 민주주의 지지여론을 끌어냈다. 전두환 정권의 암살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유력인사와 함께 한국에 귀국하는 장면은 뛰어난 정치인의 감각을 읽을 수가 있다.
87년 자유의 몸이 돼서 처음 찾은 곳은 5·18묘역이었다. 16년 만의 광주방문에 호남사람들의 5분의 1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망월동묘역에 도착해 통곡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깊은 여운을 남겼고 아마도 김대중의 통곡 속에는 광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절감하지 않았을까?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중“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 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한 연설과 오버랩된다.
6.15선언 9주년이 되는 2009년 특별강연(서거 2달 전 마지막 강연)중에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여러분“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린 김대중의 삶은 늘 길 위에 서 있었다.
평생에 걸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확고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중요하게 여겼던 소신 있는 정치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국민에 대한 믿음, 평생 민주, 평화, 통일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온 시대의 횃불이다. 또한, 한국의 근현대사 반세기를 돌아보고 국민과 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뜨거운 투쟁만큼이나 차가운 아픔과 죽음을 지닌 채 한국은 성장했고, 경제적 성장과 함께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가 상호연결되고 개인과 개인의 광범위한 수평적 SNS 네트워크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대립, 갈등, 분쟁에서 벗어나 화해, 용서, 단결로 화합하여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4.10에 제22대 국회 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에 임하는 마음은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약력]
경희대 글로벌거버너스 석사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한국자살예방교육협회이사
한중문화교류회 이사
한국인권교육원 인권위원
광주시 교육청 학부모강사
행안부)안전교육 전문강사
광주시 인권교육강사
광주이주여성 인권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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