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아래에서의 통곡-현장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31화)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4년 07월 19일(금) 09:30
현장(玄奘)은 중국 명나라 때 오승은이 쓴 장편소설『서유기』(현장의 시종 손오공이 주인공)를 통하여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현장, 즉 삼장법사는 어려서부터 독서와 사색을 즐겨하였으나 열 살 되던 해에 부친이 죽자 둘째 형 장첩 법사를 따라 낙양의 정토사로 옮겨 살게 되었다. 이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자 사미승(수행중인 어린 중)이 되어 불법(佛法)을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현장은 중국의 여러 곳을 다니는 동안 불경도 부족할뿐더러 불교에 대한 사상적 계통도 서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리하여 석가모니의 나라인 인도에 직접 가서 배워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당시 인도 여행이란 맹수가 우글거리는 고산준령을 넘어야 하고, 불볕의 끝없는 사막을 건너야 하는 위험하고도 고달픈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직 ‘백성을 깨우치겠노라!’라는 일념으로 길을 떠났다.

이때 나라에서는 백성들이 국경을 함부로 넘지 못하도록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었다. 때는 당 태종 3년(629년), 흉년이 들자 정부는 백성들에게 흩어져 살도록 명령(소개령, 疎開令)을 내렸고, 바로 이 틈을 타서 현장은 수많은 난민들 속에 끼어 몰래 관문을 넘었다. 뒤늦게 알고 뒤를 쫒아오는 추격병 때문에 낮에는 숨고, 밤에만 길을 걸어야 하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에는 일망무제의 끝없는 사막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늙고 여윈 말 한 필과 말 등에 실은 물 한 통,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식량뿐이었다. 무수한 고난 끝에 서역 땅에 도착하자 왕으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오래도록 불법 강해를 듣기 위해 왕은 현장을 붙잡아 놓으려고만 하였다. 목숨을 건 단식 끝에 다시 길을 떠난 현장은 630년 겨울, 마침내 인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여러 성지를 참배한 현장은 마지막으로 석가가 수도하던 곳에 이르렀다. 다섯 장(丈), 약15미터가 넘는 보리수 아래에 섰을 때, 현장은 목놓아 울어버렸다. 1천 여년 전에 나타난 성인(聖人)이 중생을 위해 적막한 황혼을 무수히 맞고 보냈음을 생각하니, 넘치는 감개를 억누를 길이 없었던 것이다.

난타사의 계현법사는 106세의 고령으로 심한 풍토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먼 곳까지 불법을 구하러 온 현장에게 감동되어 5년 동안이나 불경을 가르쳐주었다. 물론 현장에 대한 대우는 최상급이었다. 현장의 이름은 인도 전역으로 퍼졌고, 몰려든 승려들은 그의 해박한 불경 지식과 탁월한 식견에 탄복하였다. 계일왕은 인도의 이름난 승려와 학자들을 곡녀성에 모이도록 한 다음 현장에게 대승불법 강해를 부탁했다. 강론이 끝난 다음, 왕은 강의장 입구에 요점을 적은 다음, 이런 글을 덧붙였다. “누구든지 이 가운데 한 자라도 진리에 맞지 않는 말을 지적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현장의 목을 베어 사죄하겠노라!”

이렇게 18일 동안 걸어놓았으나 어느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현장의 귀국 길은 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었다. 불경을 실은 마필만도 22필에 이르렀다. 당나라 태종은 중간의 작은 나라들에 명령을 내려 그를 호송하도록 하였다. 당나라의 장안에 도착한 현장은 18만 자에 달하는『대당서역기』를 쓰는 한편, 대규모의 불경번역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인도 여정에 수많은 풍상을 겪은 데다 고된 번역작업이 겹쳐 냉병(호흡기관의 병)을 얻어 66세를 일기로 눈을 감고 말았다. 오늘날『대당서역기』는 인도,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지의 고대 역사와 지리, 고고학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의 고사를 발전시킨『서유기』가 등장한 것 역시 그의 업적이 그만큼 탁월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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