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의 우두머리가 된 방앗간 소공-혜능

재미있는 철학이야기(제33화)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4년 08월 02일(금) 10:37
석가가 아무 말 없이 꽃 한 송이를 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보였다. 모두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마하가섭이라고 하는 제자 하나가 웃음을 보냈다. 이것이 이른바 ‘염화시중의 미소’이며, 이처럼 신비로움이 가득 찬 설법이 바로 선종(禪宗)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선종 불교는 제 28대조인 보리달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국 땅에 전해졌는데, 달마 대사는 소림사로 들어가 절간의 벽을 마주하고 9년 동안 정좌한 끝에 마침내 제자 혜가를 찾아내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 선종은 제 5대조인 홍인선사 대에 이르러 뜻밖에 글도 모르는 방앗간 소공(심부름하는 아이)에게 의발(衣鉢-중들이 입는 가사와 바릿대로서 달마 대사가 제자에게 이 두 가지 물건을 전한 고사에서 ‘전법을 받는다’는 뜻으로 쓰임)이 전달되었다. 어찌해서 글도 모르는 소공이 선종의 의발을 얻게 되었는가?

하루는 홍인선사가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아 한 수의 게어(偈語, 불교의 법을 전하기 위한 간단하고 명확한 몇 마디 말)를 짓도록 분부하였다. 그러자 가장 뛰어나다고 소문이 난 신수법사의 게어가 벽에 걸렸다.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明鏡臺, 물에 비치는 그림자가 마치 거울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와 같도다. 때때로 부지런히 마음을 갈고 닦아 티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꾸나.” 그러나 다음날 홍인선사가 신수를 불러 “이 게어는 선(禪)의 최고 경지에까지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말해 주었다. 그때에 방앗간의 한 소공이 여러 사람들의 낭송 소리를 듣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였다. 다른 사람이 대신 쓴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고 명경 또한 집이 아니며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으니, 어디서 티끌이 생길 것인가?”

이 게어를 본 홍인선사는 놀라움과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 게어를 지워버렸고,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신도들은 모두 흩어져 가버렸다. 이튿날 저녁, 선사는 그 소공을 불러 비밀리에 많은 선종 법문을 전해주었다. 그리고는 의발을 주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당신은 중국 선종의 6대조가 되었소. 이제 당신은 빨리 이곳을 떠나서 때가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시오.”

이 방앗간의 소공이 바로 6대조 혜능(慧能)이다. 과부가 된 모친을 봉양하기 위해 매일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팔아야 했던 그는 스물네 살 되던 해에 자신의 나무를 사주는 집에서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향학열(向學熱)을 알아차린 주인의 도움으로 홍인선사를 만날 수 있었고, 절의 조방에서 나무를 쪼개고 방아 찧는 일을 맡아오던 혜능은 8개월 만에 마침내 제 6대조의 의발을 얻게 된 것이다.

사회(四會, 광둥성 자오칭 시의 현급시) 지방으로 달려가 사냥꾼들 틈에서 15년이나 숨어살았던 혜능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고 산 것을 죽이지 않았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불경 공부에 정진하여 누구보다 뛰어난 사상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중국 광주의 법성사로 돌아왔을 때, 인종 법사는 청중들을 향해 이렇게 선포했다. “이제 육조께서 등단하시어 모든 승려들의 예배를 받으리라!” 혜능은 의발을 꺼내어 불전 앞에 놓고 간단하면서도 융성한 의식을 거행하였으니, 이때 그의 나이 서른 아홉이었다.

혜능은 법성사에서 37년 동안이나 설법하여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선종의 기초를 다져놓았다. ‘점진적으로 불법을 깨닫는’ 신수법사의 북종(北宗)에 대해, 그의 남종(南宗)은 ‘한 순간에 홀연히 깨닫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장한다. 당나라 현종 때인 713년, 마침내 그는 무거운 짐을 벗고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치니 향년 75세였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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