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충돌 1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중국은 미국식 소비중심주의 모델로 가고, 미국은 중국처럼 국내 저축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
부제 : 스티븐로치의 <우발적 충돌>-1, 미·중 분쟁을 부르는 경제 구조, 특히 저축과 소비 차이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4년 11월 22일(금) 09:40
▲이병록 소장
이 책 주제는 무역 불균형과 양국의 극단적인 저축 양상이 두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별개인 것처럼 바라보는 관점이다. 스티븐 로치는 “미·중 경제모델이 다르다는 사실은 이념뿐 아니라 시간 지평이 전혀 다르다”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가 안보와 패권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저자는 경제 구조로 접근한다. 그리고 양국의 정치인들이 자기 책임을 상대방에게서 전가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양국은 동반 의존적(codependent) 관계로써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정서적 욕구와 존재 가치를 느끼고, 자신도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동반 의존성에서 탈피해 상호의존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관계와 구별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양국의 이익이 들어맞았다. 미국은 저가 상품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면서 정체된 소득향상 효과를 얻었다. 중국을 시장과 공장으로 활용하고,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했다. 중국은 경제 성장 동력을 미국 소비자 수요 과잉에 의존하면서, 2007년까지 10%대 고도성장을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중국은 저성장 늪에서, 미국은 고물가 경기침체로 헤맸을 것이다. 양국 관계는 2010년까지 찰떡궁합이었으나, 이후 동반 의존성의 불편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다.
미국 소비 과잉과 중국 소비 절제는 자국 경제 기초, 인구통계학, 문화, 자신감의 독특한 상호작용을 반영한다. 중국에서 만성적으로 남아도는 저축이 미국에서는 치명적으로 부족하다. 미국의 2021년 국내 순저축률은 국민소득 3.2%인데, 중국은 대략 20~30%로 투자 여력이 더 많다. 저축이 부족하면 투자와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외국의 잉여 저축에서 확보하기 위해 무역수지 적자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저축이 넘쳐나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한편, 통화가치 상승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
양국은 내부적으로 경제혁신과 체질 전환을 하지 않고,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면서 서로를 비난한다. 저가품 수입을 환영했던 미국은 이제 중국에 대한 외주(아웃소싱)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위협으로 바라본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성장을 억제하려 한다면서 미국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위협으로 바라본다. 공존이 아닌 경쟁을 지향하며 타협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산층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활력을 잃고, 만성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정체된 실질임금과 늘어나는 불평등, 그리고 자살,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죽음을 가리키는 ‘절망의 죽음’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농촌의 잉여 노동과 인구 고령화,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이 문제다. 두 나라는 코로나 이후 시대의 온갖 압박 요인에 유럽에서 진행된 전쟁이 초래한 세계적 혼란에 직면했다. 중국몽과 아메리칸드림이 모두 위험해지는 상황이 된다.
저자는 “중국은 미국식 소비중심주의 모델로 가고, 미국은 중국처럼 국내 저축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한다. 미국은 한정된 수입으로 과소비하는 국가다. 미국 예외주의를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지금 당장 소비하고 저축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다. 주택, 주식 등 자산에 의존하고 값이 오르는데, 굳이 노동소득을 저축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성장 원천을 수출에서 국내 민간 소비와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게 당면과제인데, IMF 연구원들 평가에 의하면 저축의 2/3가 인구 고령화와 은퇴 이후 보장받는 소득 부족이다. 미국의 2019년 소비자의 총지출은 중국의 2.7배로써 1인당으로 환산하면 12배와 대비된다. 중국은 소비주도 성장이라는 목표가 좌절될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가계의 초과 저축은 저주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중 갈등 속에서 빚어지는 긴장은 두 나라 상황이 다르므로 나타난 결과다. 미국은 저축이 부족해 혁신에 투자하지 않았으면서도 중국이 자기 혁신을 훼손한다고 비난한다. 점점 국가 주도 체제로 바뀌어 가는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꼭 필요한 소비주의와 자유를 스스로 늘릴 수 없으면서도 미국이 억제한다고 비난한다.
(다음 편) 양국 정치인과 국민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거짓 서사는 불안을 눈에 띄지 않게 가리는 방어기제다. 자기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실패한 지도자가 되거나 정권을 잃을 수 있다. 거짓 서사는 스스로 부풀린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편의성이 결합하면서 그럴듯한 서사가 만들어지고 정보 왜곡이 합쳐지면서 확대된다. 미국 국민은 중국이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정치적 편의성의 포로가 되었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영암일보 yailbo@daum.net
이 기사는 영암일보 홈페이지(www.yailbo.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yailbo.com/article.php?aid=1760878505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5일 05: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