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발적 충돌 3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미국은 다자간 무역 적자 문제를 중국과 양자 무역관계에서 찾고 있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4년 11월 29일(금)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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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공급 측면 경제이론 특히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 예산 확보가 저절로 된다는 믿음으로, 예산 적자와 무역 적자 사이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저금리 유혹과 현대통화이론(경기부양을 위해 화폐 계속 발행)이라는 신종 미신 경제학에 빠져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은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중국이 미국에 의존한다고 본다. 무역 전쟁에서 중국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는 중국을 응징하기만 하면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중국은 거대한 규모야말로 중국 부흥과 번영을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2020년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를 두고, 트럼프는 거래 기술이 제대로 먹힌 덕분에 굴복시켰다고 믿었다. 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은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돈이 궁극적으로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거시 경제학에 무지한 단순 산술적 계산으로 맺어진 1단계 합의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제스처다. 적자 102개 품목(2021년 106개 품목)중 어느 한 품목을 목표 삼아봐야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나라와의 무역 적자로 떠넘겨져서 적자 규모가 줄지 않는다. 다자간 무역 적자를 양자 관계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눈에는 일본과 중국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였다. 1980년대 대일 무역 비중이 42%였고, 2015년 대중 무역 비중이 48%다. 1980년 일본 1인당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77%였다. 지금 중국은 17%이나 절대적 규모로는 매우 가깝고, 오히려 구매력은 추월했다.
로버트하이저를 등용하여 중국을 상대한 것을 보면 미국무역대표부는 아무것도 학습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1980년대 일본을 상대했던 것처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1974년 미국 통상법 301조를 들고나왔다. 경제학을 다루는 게 아니라 통상법을 실천한다.
화웨이처럼 특정 회사를 찍어서 부과하는 제재는 갈등을 심화시키고, 공급망 연결성을 깨뜨림으로써 상호의존적인 세계 연결성을 위협한다. 1993년에서 2013년 사이에 무역 성장 73%가 글로벌 가치 사슬 때문이다. 공급망에서 약한 고리가 효율성과 병목 현상의 트레이드오프(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를 일으킬 수 있다.
더 즉각적인 영향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가계 구매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공급망을 제거하면 많은 거시적 토대가 뒤집힐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리쇼어링’이라는 해결책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국내로 생산 물량을 돌리는 것이 된다.
또 미국은 연구개발비 지출을 포함해 여러 투자 압력을 가하는 거시경제 불균형에 대해 중국 탓을 한다. 미국의 연방 차원 연구개발비는 1965년 소련과 인공위성 경쟁 때 1.9%로 급증했다가 다시 줄어드는데, 우연히 국내 저축 하락 추세가 시작하던 시점이다. 2017년에는 1950년대 초 수준인 0.7%로 돌아왔다. 기업 차원에서는 2017년까지 약 2%, 즉 두 배로 증가했으나 상업적 연구 성격상, 기초연구와 시험개발연구개발비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1965년부터
중국은 민간 기업 분야 경쟁력을 늘려야 하는데, 구호와 이념의 정치경제 영역에서 편향 현상까지 나타난다. 시장 기능보다는 사회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엄격한 지침을 신뢰하고, 위기와 혼란 시에는 국가 권력이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이미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지도부에 퍼져 있다. 지난 25년 동안 툭하면 터지는 경제 위기와 사회적 혼란, 정치적 양극화가 마침내 기존 패권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본다.
미국처럼 소비자가 주도하는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만 하면 된다고 봤다. 금상첨화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소비자와 사업가 모두에게 요구되는 경제적 역동성을 위한 행동을 끌어내는 최종 단계를 어떻게 밟아야 할지 알지 못했다. 소비 비중이 1985년 53.5%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에는 34.3%로 최저치, 2020년에 38.1%를 기록했다.
사회주의와 시장의 혼합 체제에 내재한 모순 혹은 불일치를 직시하려고 들지 않는다. 2021년 인터넷 플랫폼 규제 제약과 공동 부유 정책으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식 시장 구조를 원하면서도 시장 기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변동성과 위험이라는 문제를 원치 않는다. 변동성과 위험이 없는 자본주의 시장은 발상 그 자체로 모순이다.
새로운 이념적 규율은 사회주의 요소와 자본주의 요소가 더 많이 혼합된 체제에서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는 유연성 요소가 사라졌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기조는 미국도 유연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신 대상을 국가 지도자에 맞춤으로써 불신을 개인화하여, 장기 집권자인 시진핑은 고정 표적이 된다.
미·중 무역이라는 양자 문제에서 올바른 해결 경로인 다자간 무역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기술과 무역을 둘러싼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집행 장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두 나라가 협의하고 참여하며 책임을 지는 강력한 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유일한 해법은 두 나라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토대로 하는 ‘상호관계와 관련된 해법’이다. 신뢰를 재구축하며, 양국 투자 장벽을 낮추는 친성장의 ‘양자 간 투자 조약 BIT’을 맺고, 미·중사무국 상설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영암일보 ya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