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간격, 대통령이 생각하는 위기와 국민이 느낀 위기

1979년의 12.12 사태와 2024년 12.12 대통령 담화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대통령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4년 12월 20일(금) 10:43
▲이병록 소장
필자는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할 때 김종인 박사의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를 읽고 있었다. 이 책에선 모든 대통령이 실패했는데, 제목이 이채롭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스스로 자기 공로와 성과에 무너진 대통령이라 했다. 김대중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한 평범한 대통령이라 했고, 노무현은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큰 대통령이라 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표현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제도이지만 완벽하지 않다. 2021년 미국 의회 난입 사건에서 보듯, 민주주의는 항상 도전에 직면한다. 윈스턴 처칠은 1947년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체제지만, 지금까지 시도했던 다른 모든 정치 체제를 제외하고는"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비록 결함이 있지만 가장 나은 제도임을 뜻한다.

정치인은 살아온 신조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북한의 이상 동향은 없었고, 국민은 평온한 상태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야당은 헌정질서 속에서 정부를 견제하고 있었다. 이런 나라를 1970년대 한국이나 현재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대통령과 소수 사람이 위기라고 생각한 것은 개인 가치관 문제다. 필자는 대선 전에 검찰의 사고방식을 우려하면서 몇 가지 가치관을 비유로 들었다.

첫째, 법조계 특히 검찰 중심의 사고방식은 흑백논리에 기반한다. 사회정의보다는 법률 문구와 재판을 통해 유무죄만을 따진다. 고시에 합격하는 순간 권력 상층부에 오른다. 황교안 전 총리, 현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 출신이다. 이들 언행을 보면 사회적 통념과 정의는커녕, 헌정질서와 법치주의 정신이 전혀 없다.

오른쪽 다리를 수술해야 하는데, 본인만이 수술칼을 들어야 하고, 왼쪽 다리를 자른다는 식이다. 환자가 죽기 직전인데, 의사 이익을 위한 질서를 주장했다. 진단이 틀렸는데 바른 처방을 기대할 수 없는 법 기술자처럼 보인다. 이런 의사에게 자기 몸을 맡기지는 않을 텐데, 국가를 맡기자는 지지자가 있는 현실이다.

둘째, 자기 종교만을 인정하며 신자와 비신자, 정통과 이단의 선악으로 구분하는 근본주의 종교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으므로, 정치인의 종교관이 중요하다. 휴일 밤에 계엄을 선포하지 않은 이유가 길일을 택한 것이라는 소문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국민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지, 신탁에 의존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셋째, 일사불란해야 하는 ‘군복 입은 시민’이다. 시민이 군복보다 상위인데도 군사쿠데타 단골 부대가 등장하였다. 작전계획은 적군(주적)과 아군(동맹) 이분법으로 나뉘고, 군사적 사고방식은 사회의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12·12사태나 5.18과 같은 유혈사태는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말기에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군을 통제하며 핵전쟁 우려를 진정시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주의의 회복과 새로운 지도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 단점만을 갖춘 것 같다. 그동안 책임을 전임자에게 돌리더니, 이제는 야당에 돌리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포기한 것처럼, 국익을 위해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지지자에게 의존하며, 국익보다 극우 신조를 우선시하고 있다. 나라를 양분시키더라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토록 주창한 자유민주주의와 반국가의 개념이 이런 모습인가?

지도자는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고 인재 등용에 신중해야 한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구시대 비서실장을 임명하자 몰락을 예감했다. 이번 정부는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을 때 이미 예감했고, 부적절한 인사를 보고 확신했다. 이때 쓴소리를 하지 않는 참모는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념과 가치 외교보다 경제와 번영에 집중해야 할 때다. 트럼프가 경제적 성과를 앞세워 재선을 노렸던 이유도 그 중요성을 보여준다. 성장 명분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만으로는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없다. 낙수효과에 의존하기보다 포용적 경제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유권자는 과거 수준에 머물지 말고, 미래에 맞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제 민주주의 회복은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며, 반목을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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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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