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계리는 지금 행복합니다: 사람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곡성 이병록의 신대동여지도, 전라남도 곡성군-2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5년 01월 31일(금)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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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리에 용계 마을 등 곡성에는 닭이 관련된 이름을 가진 마을이 많다. 이곳 금계리는 풍수지리에서 금계포란형의 길지로 알려져 있다. 뒷산인 표명산에는 운목재가 있고, 마을 앞쪽 멀리에는 바람재가 있다. 바람은 양쪽 재를 넘어서 마을 바깥쪽에서만 분다고 하니 길지가 분명하다. 아래 당산이 풍수적으로 금계포란의 중심이며, 위 당산과 아래 당산 느티나무는 각각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대체로 마을의 역사와도 일치한다.
금계리는 한 사람이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이인 친구는 동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권의 책과 화보로 담아냈다. 그는 동네 어른들과 함께 솟대를 만들어 마을 곳곳에 세웠다. 동네 입구에 솟대를 연결한 허수아비가 방문객을 반기며, 상극인 닭과 지네바위가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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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둠벙과 각시둠벙, 실것도랑 등 저수지와 도랑 이름도 재미있고, 닷마지기, 삿갓배미, 진배미 등 논은 이름만 들어도 크기가 그려진다. 돌탑은 마을에서 부르던 도탑으로 했고, 우물도 복원하여 지붕에 ‘상선약수’라는 표지를 달았다. 친구 집은 ‘쉬고 논다’는 뜻의 ‘휴유당(休遊堂)’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600년 된 은행나무를 찾아 나섰지만, 주민들이 그 위치를 알지 못했다. 혹시 외갓집 체험 마을이 아닐까 해서 두계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고목이 있었지만, 우리가 찾던 은행나무는 아니었다. 마을 입구 아래 당산에는 이정표보다는 종교적 의미로 보이는 큰 돌탑 두 개가 있다. 특히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300년이 넘은 물버들나무를 포함하여 세 곳에 오래된 보호수가 마을과 함께하고 있다. 영화 ‘곡성’을 만든 나홍진 감독이 어린 시절 외갓집 이모 밑에서 컸다고 하는데, 친구가 이를 모르는 것을 보면 이 마을이 그의 외가는 아닌 듯했다.
600년 된 은행나무를 찾지 못한 채 돌아가던 중, 고달리 마을 입구에서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느티나무를 발견했다. 6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마을 앞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아내는 나무를 안아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린 시절 당산나무에 올라가 놀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이 나무는 너무 커서 동네 아이들이 감히 오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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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서는 쇠쟁이 마을(송정마을) 옛터를 심청 고향으로 추정하고 심청 한옥마을을 만들어 효문화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호곡(범실) 마을은 호랑이와 관련된 이름이다. 여기 도깨비 체험관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체험관이 쉬는 날이라 돌아오면서, 손주 바라기인 아내는 다음에 손주와 함께 오자고 한다.
어렸을 때 칠흑같이 어두운 시골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도깨비불이라 생각하며 자랐다. 도깨비가 씨름을 걸면 왼발잡이인 도깨비를 조심해야 한다거나, 오래된 빗자루가 도깨비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에서도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구약성서에서는 야곱이 씨름에서 승리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처럼 도깨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씨름이나 빗자루 등 공통적인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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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과 대장간 마을을 찾으려다 신흥마을을 둘러보게 되었다. 이곳은 여성 이장이 마을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있었는데, 마을 입구 ‘신흥상회’는 작은 마을 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다녀온 다음에 올해 ‘좋은 이웃 밝은 동네’ 으뜸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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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곡성의 마을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온 저마다의 이야기와 전통을 통해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금계포란형 풍수지리와 친구의 헌신, 그리고 서민의 삶과 마을 문화가 어우러진 곡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편이 곡성에 대한 대관이라면 2편은 소찰이다. 두 편을 합해서 대관소찰(大觀小察)이 이루어진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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