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태양광발전 입지규제 조례 개정해야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0년 12월 18일(금) 18:14
김형진 공학박사
태양광발전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발전허가를 받고 이후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발전허가는 법적으로 요건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행위 허가는 법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태양광발전 허가 조건에서 제시하는 도로와 이격거리, 주거지와 공공시설과의 경계, 자연취락지역과 문화재, 공유수면 등과의 이격거리 등이 법률로 명시하지 않고 지자체별 조례로 정해지다 보니 지자체마다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태양광발전소 입지규제로 이격거리(離隔距離)를 도입한 도시는 충남 당진시로 알려져 있다. 이 조례를 시발로 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하였는데 2016년에 8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현 정부 출범 후에 재생에너지 3020정책을 시작하면서부터 급증하여 2020년 현재 128개 지자체에서 조례를 채택하고 있다. 226개 기초지자체 중에 57%에 해당한다.

전남의 경우는 2018년 3월 구례군을 시작으로 순천, 나주, 무안군 순으로 22개 시•군이 ’18년도에 모두 조례를 제정하였다. 일반적으로 규제 내용을 보면 도로에서부터 직선거리로 100m부터 심지어 구례군과 장흥군은 1km까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고 주거의 경우는 신안군의 50m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00m에서 500m까지 제한하여 그 범위 내에서는 태양광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격거리는 주로 혐오 시설이나 위험 설비가 주거시설과 도로에 인접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다. 태양광발전 설비는 위해하거나 혐오 시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64%에 달하는 산림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 부지로 이용 가능한 면적이 작다. 게다가 도로망이 잘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도 도로와 2-300m 정도 많게는 1Km 이상 떨어져 있는 장소를 찾기는 힘들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0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선언에는 우리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담대한 비전이 담겨있다. 국가정책인 2050년 탄소제로 목표달성과 그린뉴딜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태양에너지와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의 적극적인 이용이 필수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법률 보완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태양광에 대한 이격거리 조례는 무분별한 태양광발전사업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민들의 불편이 발생할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빛공해 유발, 환경오염 발생, 소음이나 전자파 등 위해가 되는 시설물, 주민들 주거에 불편 등과 같은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 발생이 예상될 때 주민들의 안위를 위하여 거리 제한을 둘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마다 운영하는 조례를 보면 주민들의 위해여건이나 주변 환경오염조건 등과는 전혀 관계없이 도로에서 몇 m 등의 획일적으로 이격거리를 설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에서 태양광발전 대상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 중인 전남 함평군, 경남 함양군, 경북 구미시 등 3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발표 자료를 보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는 면적이 전체면적의 46~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일부 법률에서도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격거리 규제 지역을 포함할 경우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가 가능한 면적은 전남 함평군은 전체면적의 11%, 경남 함양군은 26%, 경북 구미시는 7%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적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해도 산지를 제외하면 실제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입지는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목이 임야인 토지를 제외했을 경우 태양광설비 설치가 가능한 면적은 전남 함평군이 0.78%, 경남 함양군이 0.64%, 경북 구미시는 0.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에는 사실상 태양광사업 추진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다면 현실적으로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은 지자체마다 전체면적의 1% 정도 수준인 것으로 계산된다. 표본으로 조사한 3개 지역 이외 대부분 지자체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격거리 이외에도 한전의 계통 연계가 부족하여 설치 가능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농촌 지역에서 태양광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규제가 계속된다면 그린뉴딜정책과 재생에너지 3020정책은 물론 2050 탄소제로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다. 해외에서는 병원이나 주택, 가스저장소, 유류저장소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대상에 따라 이격거리를 두는 사례들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도로에서 몇 미터 같은 획일적인 이격거리를 두는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허가를 시행해야 하는 지자체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법률로 명시되어있지 않은 내용도 검토해야 하므로 조례를 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행정을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조례를 도입하는 것은 국토이용에 관한 법률 등 상위법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작금의 국가 중요시책으로 추진하는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지자체에만 미룰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중장기적인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 방향에 맞춰 지금이라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률 또는 국토이용에 관한 관련 법률을 신속하게 개정해서 더이상 민원의 높낮이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야만 하는 사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농촌, 산촌, 어촌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허가받은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태양광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태양광사업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민들에게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가 거의 사업추진 단계에서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고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다 보니 수십 년간 조상 대대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는 예고나 상의 한마디 없이 갑자기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에 와서 불도저로 밀어붙이니 소외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분개하게 하고 불평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 시설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이 대두되었고 조례를 제정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입지규제는 재생에너지 시설뿐 아니라 어느 시설에서도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될 때는 필요하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설비는 우리가 주거하는 주택 지붕에도 국내에만 수십만 개가 설치되어 아무런 불편 없이 환경과 위해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태양광설비를 현재 지자체 조례처럼 도로에서부터 이격거리 규제는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기준을 도로에서 몇 미터 획일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주택이나 학교, 병원, 요양원, 축사 등의 지역환경과 가스저장, 유류저장시설 같은 위해요소 장소에 따라 이격거리를 적용하는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문연구기관을 통하여 입지규제를 조사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세분화된 이격거리를 만들어서 전국지자체들이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

한편 농촌의 경우는 주민소유 토지가 대부분 동네 주변에 있는데 정작 동네 주민들은 거리 제한 때문에 자기 토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 기간 이상 그 동네에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텃밭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거리 제한을 완화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전국에서 최초로 주민참여 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한 신안군은 대부분이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 년 전 흑산도에 자립섬을 검토했던 경험이 있는데 섬 지역은 육지보다 유휴면적이 극히 제한적인 곳이라서 거리 제한을 과감하게 완화하는 것도 섬 지역주민들의 친환경 에너지 이용을 위해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와 인구밀도를 감안할 때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부지에 대한 고민과 지역주민들의 이익공유와 함께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규제를 통하여 미래에는 친환경 에너지 이용으로 국민 모두가 탄소제로 국가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김형진 박사

전 녹색에너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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