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선생이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01월 12일(화) 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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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맑은 대기 속에서 자동차를 내려 한옥 카페 앞을 걷기 시작한 우리는 몇 걸음 안 가 진귀한 사람과 마주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누가 하와이 훌라춤을 신나게 추는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머리에는 마른 잎 달린 화관을 쓰고, 푸른 배춧잎 한 장 한 장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치마를 빙 둘러 입은 눈사람이라니! 기발하고 참신했습니다. 자연과 유쾌한 심미안의 접점에 새해의 새 기운이 나누어지고 있었습니다.
“눈사람 경연대회가 있다면 네가 단연 장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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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저는 시간 여행을 하듯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부근은 우리가 어릴 때 토끼몰이하고 놀던 곳입니다. 굳건하고 친밀한 월출산의 눈 덮인 바위들을 가슴에 안고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 이야기, 합성섬유 츄리닝에 부실한 솜 점퍼 정도 입고도 뺨이 얼도록 뛰어다녔던 겨울 산야 풍경은 우리들의 작은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숲속야영장 쪽으로 걸으며 우리는 월출산 턱 밑까지 파고들어 진행되는 개발이, 영암의 옛 정취나 경관을 해치지 않을까 근심도 했습니다. 참으로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교환가치에 기초를 둔 현대사회에서는, 한번 망가지면 돌이키기 어려운 자연조차 손쉽게 큰 이익을 얻는 제물로 바쳐지곤 합니다.
타지 사람들은 영암이라고 하면 몰라도 월출산이라고 하면 이곳이 어디이고 어떤 기운을 가진 고을인지 금세 압니다. 월출산이 없는 영암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영암을 고향으로 가진 사람들은 객지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와 관계없이 월출산에 대한 자긍심이 혈관에 녹아있습니다. 월출산과 그 인근은 화폐로 교환할 수 없는 영원한 우리들의 어머니인 셈입니다.
친구와 저는 월출산만큼은 난개발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기를 바라는 공동의 소망을 나누었습니다. 얽히고설킨 경제의 그물망, 삿된 시장질서가 어떻게 변해도 우리가 월출산에 대해 가지는 애정보다 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무사(思無邪)라는 말 그대로, 영암인에게는 월출산이 주는 청정한 기운이 보약입니다.
‘자연이 선생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바위에, 대숲에, 청푸른 시금치 밭에 마음의 절을 하며 걸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과 소나무 향기까지 오랜 벗처럼 느껴지는 길에서 저의 새해 첫날은 참 복되었습니다.
조성남 교수
세한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한국소상공인컨설팅 부회장
한국산학협동연구원부원장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 위원
전라남도청년창업 몰 심의 및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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