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가 커 갈수록 아빠는 점점 더 불안해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1년 01월 28일(목) 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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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줄 아는 능력이 최고의 능력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 불안하다. 그렇다고 강요하지도 못한다. 아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게임만 한다. 딸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아이들
을 걱정하며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살면서 느꼈던 것을 얘기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200여 개 나라 중에서 가장 빨리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야.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지금 하고 있어. 내가 집과 차를 살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어. 우리 집은 가난했고 차나 집은 너무 비쌌지.
어릴 때 생각해 보면 차를 타고 읍내에 갈 때 띄엄띄엄 보였던 전봇대가 우리 마을에 세워지는 것이 신기했고, 호롱불 대신 대낮같이 밝은 전깃불을 봤을 때 얼마나 놀랐겠니? 라디오에서 사람 소리와 노래가 나오고, 부잣집에 텔레비전이, 컴퓨터와 인터넷, 삐삐와 핸드폰, 스마트 폰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더라.
용돈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아빠는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그런데도 재밌는 추억이 있다? 과자 사 먹으려고 버스비 100원을 아끼기 위해 4㎞나 되는 학교를 걸어 다녔어. 그 과자가 얼마나 맛있던지.
너희 할머니이신 우리 어머니는 주무시다 일어나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나를 보면, 안타까운 목소리로 “영주야, 이제 그만 하고 자라”라고 하셨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그 뜻은 “아들아, 미안허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너는 대학에 못 보내것다”라는 말이라는 것을….
그 말을 들을 때면 항상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머니가 안타까워 눈이 저절로 번쩍 뜨여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더구나.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 했어. 지금도 집과 사무실에서 너희도 아는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 20년 이상 되니까 나름 재미도 있더라? 일이나 공부나 즐기라는 선현들의 말씀, 맞는 말이었어. “즐길 줄 아는 능력이 최고 능력”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잔소리가 길었구나.
이제부터 내가 불안한 이유를 말할게.
이렇게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선택했기 때문이야. 우리나라 교육열이 세계 1위라는 거 아니? 자신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들은 가르치겠다는 부모님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지.
우리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가장 위대한 것은 고난과 역경이라고 했어. 안타깝게도 아빠는 너희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단다. 왜 그런지 알지? 강요하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거라는 것을 알아. 그런데 그것은 한순간이지 오래가지 못할 거야. 필요하다고 못 느끼면 어떤 것이든 계속하기 어렵거든. 나는 너희가 그 필요성을 느끼도록 많은 얘기를 해 주면서 기다리는데 지금 너희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는데도 그것을 못 느끼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불안해. 그렇다고 강요할 수도 없고. 기다리는 수밖에…. 물론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
너희는 지금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시기야.
현지 너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긴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
석현이는 아직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나도 어렸을 땐 그랬으니까. 너도 언젠가는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 믿지만 문제는 그 시기가 너무 늦어 버리면 안 된다는 거야.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열심히 가꾸어야 가을에 수확하여 겨울에는 편히 쉴 수 있지.
아빠가 지금 하는 걱정이 더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맛있는 음식보다, 예쁜 옷보다도 좋은 것이 성취감이야. 마음이 뿌듯하고 당당해져. 그것을 즐기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커졌고 또 다시 도전하고 싶었어. 석현이도 스스로가 뿌듯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맛있지? 운동을 하면 재미있고. 밥이나 운동처럼 공부도 평생하면서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너희에게 주는 유산은 큰 집도 많은 돈도 아니야. 바라지도 않았겠지만, 그것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들이지. 돈보다는 훌륭한 마음과 열정,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 좋은 습관 등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은 것들이라는 것을 잘 알 거야. 미안해. 야박하다고 하지 말아 줘. 이 유산은 내가 죽어서 주는 것이 아니야. 너희가 태어나면서부터 주고 있어. 사랑하는 우리 현지와 석현이는 날마다 주는 유산의 가치를 잘 알지?
혹시 아빠가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지쳐 보이면 너희가 조용히 말해 주렴. “아빠, 힘내세요. 아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고.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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