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가 나타났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1년 01월 28일(목) 12:31
박석구 시인


문둥이가 나타났다



온 교실이 술렁거렸다.

“문둥이가 나타났다네?”

“문둥이는 우리 같은 아이들만 잡아먹는데.”


보름이었다.

“엊저녁에 죽정 뒷산 묏자리에 앉아서 애기를 잡아먹는 걸 본 사람이 있데.”

“달이 환한데 입 주위에 피가 빨갛게 묻어 있었데.”

“보리밭에 문둥이가 먹다 남은 애기도 버려져 있었데.”


우리는 모두 두려움에 눈을 크게 뜨고 하굣길을 걱정했다.

‘구림교’ 다리 밑에 모여 있다는 소문도 순식간에 퍼졌다.

신스미자 선생님도 걱정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림=김덕남]


신등, 양지천, 성지천, 월암, 월산, 호동 애들은 신스미자 선생님을 선두에 세우고,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를 꽉 붙잡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있는가 잘 봐’하면서 옆걸음으로 구림교를 건넜다.

며칠을 그랬다.

아무 일도 없었다.

이 무지한 아이들의 겁먹음이여.

문둥이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던 건, 커서도 한참 커버린 뒤였다.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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