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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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매기
  • 입력 : 2021. 02.25(목) 18:27
  • 영암일보
박석구 시인


논매기



우리가 콧물을 질질 흘리고 졸졸거리며 뛰어다녔을 시절에 모를 심고, 그것이 푸릇푸릇 자라기 시작하여 우리의 무릎정도 자라면, 논둑 가에는삐비꽃이 한창이었어.

삐비꽃이 피기 전에는 삐비의 줄기를 까서 먹기도 하고, 껌같이 씹기도 했는데, 논매기 철이 되면 삐비는 논뚝과 무덤가에 하얗게 무더기로 피어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지.

그때가 되면 동네사람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여 논을 매기 시작했는데, 벼 이외의 잡초들을 뽑고 훑어내어 벼가 잘 크도록 하는 농사일 중 하나였지.

[그림=김덕남]

서로가 얼마간의 간격을 유지하며 잡초를 뽑아나가는데. 그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서로의 힘을 복돋우기 위해 논매기 노래를 불렀었어. 한 사람이 구성지게 선창을 하면, 그 나머지 사람들이 ‘어야 어야’하며 화답을 하곤 했지.

그 노래들은 너무 오래되어 내 기억에 하나도 남아있일 않네.

한 배미가 끝나면 모두 논둑으로 나와 숨을 돌리곤 했는데, 어른들의 발목이나 종아리에는 몇 마리의 검은 거머리가 붙어 있곤 했어. 사람들이 논둑에 앉아 거머리를 떼어내면 거머리가 붙어있는 부위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지. 그러면 사람들은 그 부위에 삐비꽃을 훑어 뭉쳐서 붙이곤 했어. 신기하게도 피는 삐비꽃을 붙이자마자 곧잘 멈췄어.

삐비꽃대를 꺾어 거머리 입에 집어넣고 거꾸로 훅 잡아당기면, 거머리가 속을 내보이며 뒤집어 지는데 논둑에 버리면 금방 햇빛에 쪼그라지며 말라갔어.

그때쯤, 어머니는 새참을 내오셨지.

큰 대야에 그래도 쌀이 많이 보이는 밥과 동네 어느 집에서 돼지를 잡는 날이면 서너 근 사서 된장 속에 묻어둔 돼지 고기 볶음과 찌개, 미리 장에 가 보아둔 맛살이나 생선 등을 요리한 반찬을 가득 머리에 이고 나가시면, 나는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졸래졸래 따라나섰지.

새참 맛은 이야기 하지 않겠어. 다 알잖아?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