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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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닌
  • 입력 : 2021. 03.08(월) 11:28
  • 영암일보
박석구 시인


산토닌



긍께, 그때는 먹자것에 대해서 어째서 고로코롬 속창아리없이 뎀벴는지 모르지만이라. 뭣을 퍼 먹어도 맨날 고픈 배로 말할 것 같으면, 선생님 말로는 배앓이가 가심에 꽉 차서 그렇다고 그럽디다.

근다고 어쩐 날 학교에 가며는 솥단지에 미역줄기 같은 것을 폴폴 끓여대놓고, 국자로 그 국물을 이따만한 대접에 퍼서는 한 사발씩 퍼 묵으라고 한디, 그 국물이 얼매나 오살나게 쓰디쓴지 오구당창스랐지라.

“어이구 근다먼 선생님, 나 안 먹을라요.” 글머는 “느그 배앓이 안 할라먼 꼭 퍼 묵어야 헌다.” 함시로 이름까지 검사함시로 멕였지라. 고 해초 이름이 마빡 속에서 가물가물하긴 한디, 어째 요로코롬 생각이 안 날까.

[그림=김덕남]

그러다가 쫌 있응께 흐칸 알약을 주기 시작했는디, 어특게 많이씩 주든지 입 속에 생키기도 엄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지라. 한 30알씩 준 것 같은디, 애기들 쬐깐한 주뎅이가 그걸 다 묵것소?못 묵지. 그래서 몇 개씩 나나서 생키고 생켰지라. 고걸 ‘산토닌’이라고 한 것 같은디, 고것이 나중에 쬐간 변해서 젤리모양으로 나오고 한 것 같구만이라. 맞지라? 젤리로 나올 때는 맛있응께 잘도 처묵었제.

하기사 그 염뱅할 놈의 시절에는 엄마나 배창시에 회충이 꽉 찼는지, 밤중에 잠자다가도 똥구녁이 어째 고물고물하다 싶어 손꾸락으로 잡어 댕기면, 회충 한 마리가 쏘옥 기어 나와 손끝에서 꼼지락거리는디, 오매 징그러, 고것을 방바닥에 내팽개버리고는 “엄니 엄니!” 부르며 난리였지라.

또 잠자면 똥구녁은 엄매나 갠지로왔소. 고 요충이라는 눈구녁에도 잘 안보이는 쬐깐한 것이 우리가 잠만 잘라치면 똥구녁 주변으로 기어나와, 남아있는 똥가리를 처먹는지 갠질갠질 환장했지라. 손구락으로 긁어싸먼 허칸 것이 묻어나오기도했응께. 지금 생각하면 참말로 겁나게 더런 시절이었제.

지가 학교에 갈라고 막 세수를 하고 있는디, 측간에서 “오빠 오빠!”하고 내 동생 맹순이가 악 비스꼬롬하게 막 나를 부릅디다.

“뭣 땜세 부르냐?”
항께
“언능 와 보랑께, 언능.”

그래서 오매 요것이 어짠 일로 똥누면서까지 나를 부른다냐 벨 일이세, 그람시로 가 본께, 오매 진짜 일은 일입디다.

맹순이 똥구녁에 회충이 무데기로 꼬물꼬물 함시로 매달려 있는디, 고것이 암만 힘을 주어도 안떨어진다고 “어째야쓰까, 어째야 쓰까!” 함시로 눈물이 그렁그렁합디다.

나는 언능 집 뒤 까끔에 가서 싸리나무를 꺾어 젓가락을 맹들어가꼬 와, 회충들을 꽉 찝어서 훅 잡어 댕게붕께, 고것들이 쏙 빠져 똥통에 떨어져 갖고 어짤지 모르고 자빠졌습니다.

“오빠, 잘 했제?”

나는 손바닥을 탈탈 털며 돌아서서 입주뎅이를 쪼갰지라.

“조것이 산토닌 맛있다고 놈의 것까지 무지하게 처먹드라.”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