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딸이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기고
고3인 딸이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 입력 : 2021. 03.09(화) 19:25
  • 영암일보
금정면 이영주 면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고3인 딸이 처음 공무원 시험을 보고 나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서 걱정한다. 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려면 최소 5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끈기라고 생각하고 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용기를 가지라고 편지를 썼는데 내 편지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명중이다.




사랑하는 우리 딸 현지야.

걱정 많이 하고 있구나? 힘들어서 어쩌지? 아빠는 그런다? ‘까짓 거 세상 뭐 있어?’라고.

힘들 때나 결과가 바라는 만큼 나오지 않을 때마다 속으로 주문을 외워. 너도 그렇게 해 봐. 속이 시원해지더라.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안 좋다고 생각해. 아빠도 그럴 때마다 한심하고 슬펐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시 했지.

임계점이란 거 알지?

물도 99도까지는 안 끓다가 마지막 1도를 더해 100도가 돼야 비로소 끓게 돼. 아빠는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아직 그 1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언젠가는 그 임계점을 극복해 버리겠다고 다짐하지. 다른 사람이 1년에 하면 나는 최소 3년을 하겠다고 다짐하면 위안이 되더라. 그리고 아빠는 그 말을 지켜내기 위해 수백 배 더 노력했어. 그랬더니 사람들이 인정해주더라. 그런 태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빠를 비웃거나 무시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 느낌 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거나 감당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성공하기 직전에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지. 진짜 확실한 실패는 포기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어.

네가 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은 그 일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말이야. 한 번 생각해 봐.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를.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 가치에 맞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좋아서 안타깝다”라는 친구들의 말, 무시해 버려. 너는 이제 겨우 19살이야. 네 친구들 중에 너처럼 도전한 사람이 누가 있니? 아무도 못하는 그 도전을 오직 너니까 한 거야. 먼저 도전한 너를 친구들이 겉으로는 비웃을지 몰라도 속으로 부러워할 수도 있어. 이번 실패의 경험에 슬퍼하기보다는 내가 시련을 견딜 ‘마음의 근육, 정신적 근육’을 키울 기회라고 생각해 버려. 특별한 상황에 특별한 보물이 있다고 했어. 그 상황을 고통으로 보는 사람과 보물로 보는 사람은 천지차이가 나. 실패한 사람은 누구보다 빨리 배우고 많이 배운대. 일의 가치에 맞게, 아니 그보다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을 거야.

더 많이 혼자이고 더 많이 외로워하며 더 강해지면 돼.

아빠는 빠르지는 않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다른 사람처럼 몸도, 머리도 좋은 게 아냐.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끝까지 하는 것뿐이었어. 나의 부족한 능력이 게으름과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게 했고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준 것 같아. 그랬더니 대부분 되더라? 알지?

아빠는 어느 순간 ‘실패는 하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자. 포기하는 나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마음먹었어. 너와 나, 우리는 어떤 일이건 절대 포기는 하지 말고 살자. 포기하면 100% 지는 거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진 게 아니니까.

그래도 고마워. 세상 아빠들 중에 자기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다. 멋지다. 대단하다. 자랑스럽다. 존경한다”라는 말을 듣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는 바로 그 ‘과연’이라는 행운을 잡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아빠의 별명 ‘이천운’, ‘이행복’

사랑해. 우리 딸.


포기할 줄 모르는 아빠가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