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반장 선거에 떨어져 절망에 빠졌다

기고
딸이 반장 선거에 떨어져 절망에 빠졌다
  • 입력 : 2021. 04.01(목) 11:29
  • 영암일보
금정면 이영주 면장

삶이란 보물찾기다.


딸이 1학년 때 반장을 해서 2학년 때에도 당연히 반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친구는 반장 선거에 안 나갈 거라고 해서 현지는 그 친구에게 반장 선거에 나갈 거라고 고민을 털어놨는데 그 친구가 출마해서 딸이 떨어졌다. 배신감과 분노는 내 편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에게 외면당할 때 생긴다. 친했던 친구에게 큰 배신감을 느껴 절망에 빠진 딸에게 공감해 주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 주고 싶었다.




사랑하는 우리 딸 현지야! 얼마나 슬프니?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아빠도 날벼락 맞은 것 같았어. 나도 이렇게 기분 나쁜데 너는 얼마나 슬플까? 수연이 참 나쁘구나!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울어라. 살아가면서 이런 일이 얼마나 있겠니?

다시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아는 척도 하지 말아 버려.

그리고 다음에 꼭 원수를 갚아 줘. 너보다도 훨씬 더 슬프고 더 많이 울도록 말이야. 오늘부터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할 것인가를 항상 연구하고 노력해 버려.
내가 봤을 때는 네가 훨씬 더 훌륭하고 착한데….

현지야.
큰 문제에 큰 보물이 있다고 늘 얘기했지?

이번 사건 속에 숨어 있는 엄청나게 큰 보물은 오로지 너만의 거야. 누구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고 가져갈 수 없어.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네 것으로 만들어라. 이 편지 읽는 즉시 그속에 들어 있는 보물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봐. 그래서 그 보물을 아빠에게도 보내 줘.

전에 아빠에게 일어난 사건에서 아빠가 찾아낸 보물을 너에게 보내니 참고해서 너는 더 많은 보물을 찾아 봐.


너의 안 좋은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이 무엇인지 아빠가 생각해 봤어.

1. 반장이 되지 않아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공부에 더 집중 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2. 반장을 하며 본의 아니게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하지 않아도 돼서 좋을 것이다.
3.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4.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쉽게 되는 일이 없다는 것,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5. 큰 슬픔이나 큰 고통은 그것을 이겨내면 큰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다.
6. 당연히 될 것으로 알았지만 어떤 일이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7.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가족이 있어서 좋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8. 다른 사람을 이기지 않으면 자기가 힘들어지고, 이기면 적을 만들게 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9. 아무리 너를 힘들게 한 친구일지라도 적으로 만들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10. 눈도 마주치기 싫은 친구일지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이 더 힘들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배우는 것’이라고 했어.

최소한 이 정도는 느끼고 배워야 할 것 같아. 엄청난 보물 아니니? 현지 네가 더 느끼고 배운 것을 추가해 주면 아빠는 더 기쁠거야. 이번 일이 너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고 좋은 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

다른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지 마라. 자기 자신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니까? 알지? 수연이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네가 아파하지 않고 더 성장하는 거고, 수연이를 원망하지도 않고 용서하는 거야. 수연이를 용서하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서 너희가 더 아름답고 멋지게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어 봐. 그것이 누가 봐도 너의 최고의 복수가 될 거야.

큰 슬픔을 멋지게 이겨내고 많은 것을 배운 우리 딸이 정말 자랑스럽구나.

우리 딸 현지야, 사랑해.

항상 너의 편인 아빠가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