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여성 징병제

기고
성평등과 여성 징병제
  • 입력 : 2021. 04.26(월) 14:37
  • 영암일보
덕파통일안보연구소 이병록 소장
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해군 출신인 나는 수심이 얕은 강물에서 조함(함정을 운항)하는 꿈을 자주 꾼다. 수심이 얕으면 제일 중요한 스크루가 손상된다. 공군 조종사 출신에게 물어보니 조종 중에 절벽을 만난다. 조종간을 당겨서 급상승해도 계속 절벽이 나온다. 육군 병 출신들에게 물어보면 또 징집영장이 나오는 꿈을 꾼다고 한다. 남성들 무의식 속에 군이 갖는 비중이 매우 크다. 어떤 여성분은 다시 시집가는 꿈이 악몽이라고 한다. 역시 혹독한 시집살이가 무의식 속에 살아 있다는 증거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진할 때 남녀차별 규정을 정비할 것을 요구받은 340여 개 공공기관 가운데 움직임에 나선 곳은 한전이 처음이라고 한다. 승진심사 때 군 복무 경력을 아예 인정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경됨에 따라 군 가산점 이후에 잠복이 되었던 남성 국방의무에 대한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 올랐다. 이에 대한 반발로써 청와대 청원이 나흘 만에 벌써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남자만 담당한다는 잠복해 있는 불만이 터진 것이다.

전역한 다음에는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회사 경력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는 측면은 이해하지만, 국방의무를 남성만 져야 한다는 더 큰 논쟁을 만들어 냈다. 정치권에서 즉각 반응을 보인다. 표를 의식하고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되고, 성평등 차원에서 장기적인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국방의무에 대한 또 하나의 쟁점이 기다리고 있다. 모병제와 징병제에 대한 공방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외견상 모병제와 상반되는 정책인 징병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써 여성징병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유럽처럼 우리 여성계에서도 성평등을 주장하며 여성 군 복무를 주장하는 의견도 일부 있다. 문화적 제도적으로 여성이 복무하기 힘든 불평등을 없앤다면 군대에 갈 수 있다는 여성들 의견도 있다. 남녀갈등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고 갈등을 줄이면서 여성 병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외국 사례를 들어 보자.

현재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국가는 북한,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레아 등 8개국이다. 이스라엘은 대표적으로 국방의무에 대하여 성평등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남성은 32개월이고 여성은 24개월이었다. 남자는 4개월 줄이고, 여성은 4개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확인 결과는 2016년 12월에 남성 복무기간을 32개월에서 30개월로 줄이는 내용이 의회를 통과했다. 2020년 7월이 시행 목표였으나 아직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이스라엘도 모든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은 아니다. 학업이나 임신 등 사유로 실제 군대에 가는 비율은 50%쯤 된다고 한다.

▲ 이스라엘 카라칼 대대의 여군들_이집트 국경 근처

북한 여군 복무기간은 7년이다. 부대에 따라 여군은 10∼3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수송·행정 부서에 배치되거나 위생병·통신병·초병으로 근무하지만, 해안포와 고사포대 등 방어적인 전투부대에도 배치된다. 노르웨이는 2016년에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징병제를 도입했고, 스웨덴도 2018년에 여성징병제를 도입했다. 이들 나라도 모든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고, 원하지 않으면 징집되지 않는다. 이런 나라들은 최소한 헌법이나 국방 측면에서 남녀가 평등한 책임을 진다는 상징성이 있다. 우리도 병역법을 개정하여 원하는 여성이 병으로 근무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면, 고과점수에 대한 여성 불만을 낮출 수 있다. 남성에게만 국방의무를 지운다는 불만도 없앨 수 있다.

여성이 직업군인인 부사관이나 장교가 아닌, 병사 신분으로 근무할 때 화장실과 침실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한참 젊은 나이인지라 성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포로가 되었을 때 성폭력 등 문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우리 군은 방위병 제도를 운용한 경험과 집에서 출퇴근하는 공익근무요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방어적인 전투부대에 근무하고 있다. 이런 제도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여성징병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계근무, 기차역에서 이동장병 지원업무, 동원사단에 여성 중(대)대를 편성하여 출퇴근하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모성애를 활용한 보육원이나 육아시설에서 공익근무하는 방법도 있다.

막상 여성징병제도를 시행하면 지원율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반면에 여군 부사관은 지원 비율이 높다. 이스라엘처럼 병에서 부사관을 선발하거나 병복무에 대한 가산점을 주어 지원 비율을 올리면 된다. 병에서 군 복무 적합성이 검증되는 장점이 있다. 여성이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모병제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병역법만 일부 개정하면 된다. 지금 회피해도 다시 일어날 논쟁이다.

20대는 남성우위 시대에서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문화가 아니고, 성평등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다. 쟁점을 갈등으로만 보지 말고 성평등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자.




이병록 박사

예비역해군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예비역 해군 준장
동명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