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기고
자장가
  • 입력 : 2021. 05.06(목) 11:18
  • 영암일보
박석구 시인


자장가




눈이 소복소복 오는 겨울 밤, 아버지는 저녁을 드시고 마실을 나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화롯불이 꺼진 지는 오래되어 화로는 윗목 구석에 놓여있고, 아랫목엔 색이 바래도 때도 낀 요와 도톰한 이불이 깔려져 부엌문 쪽 구석에는 내 여동생이 이불 한 쪽을 둘러쓰고 웅크리며 잠들어 있습니다.

창소지가 발라진 문 쪽으로 가끔씩 바람이 칠 때마다 초꼬지불은 하늘거리다 잠잠해지곤 합니다.

나는 봉창이 있는 벽 쪽에 초꼬지불을 이용해 손으로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겹치고 양손을 흔들며 “이게뭐게?”하고 어머니에게 물으면 “새지 뭐니”하고 답합니다. 여우를 만들기도 하고 오리를 만들다가 나비도 만듭니다.

그러다 초꼬지불을 가까이 마주하고 윗목에 놓인 밥상을 끌어다가 크레용을 꺼내 그림일기를 그리고 씁니다. 방죽을 그리고 썰매나 대로 만든 스키 타는 아이들을 그립니다.

- 오늘은 동네아이들과 방죽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 참 신이 났다.

벌써 올 겨울, 똑같은 내용이 세 번째입니다.

[그림=김덕남]

“자장자장.”

어머니가 아기의 칭얼거림에 자장가를 부릅니다.

“우리 애기 자장자장. 수말스런 우리 애기. 어서어서 잘 자라서 부모호강 지켜주면….”

어머니는 참 자장가도 잘 짓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들어보면 똑같은 자장가입니다.

어느덧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가 흐려집니다. 가만히 보면 어머니가 꾸벅 졸고 있습니다.

어린 남동생을 품에 앉고 다독이며 자장가를 부르다 조는 어머니를 바라보다 나도 어머니가 내게 불러주었던 자장가를 속으로 불러봅니다.

알캉 달캉 서울 가서 밤 한 되를 주워 다가
살캉 밑에 두었더니
달랑달랑 생쥐가 다 까먹고
밤 한톨이 남아서….


나도 그만 졸고 맙니다.

이렇게 모든 게 조용해지고 어린 내 동생 눈망울과 초꼬지불만 환한 눈 내리는 한 겨울밤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