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현실과 과제

기고
지방자치의 현실과 과제
  • 입력 : 2021. 05.13(목) 14:22
  • 영암일보
전)전남도행정부지사/행정학박사 배용태

세계화를 지향하는 지방화시대, 지역발전이 곧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지역발전은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있다. 전국의 광역과 기초의 244개 자치단체가 지방자치라는 이름 아래 좀 더 잘사는 목표로 무한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지역 일을 그 지역 주민들이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다. 일정한 지역과 주민에 기초한 자치단체가 지역의 행정사무와 개발수요를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주민이 선출한 기관을 통해 주민 부담으로 처리한 것을 내용으로 한다.

스위스의 BAK바젤 경제연구소는 세계 29개 국가 234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방분권과 경제적 성과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지방분권 즉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지역총생산의 성장과 1인당 GDP가 높다.

지방자치 발전이 더 잘 사는 지역 만들기의 선결요건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지방자치를 고전적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교육장으로서 역할을 뛰어 넘어 지역발전과 지역번영의 유력한 한 방편으로 주목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자연환경, 사회경제적 여건, 문화적 배경 등 지역실정에 적합한 행정을 가능케 해준다.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주소는 어떠한가.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분권의 확대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지속적으로 증대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사무배분은 국가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재정의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9년 정부가 조사한 사무 총 조사 결과를 보면 중앙과 지방이 법령상 처리하는 총 사무단위 수는 42,000여 개였다. 이를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분류하면 대략 국가사무가 80%, 지방사무가 20%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무와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방재정의 열악함도 예외가 아니다. 총 조세수입 중 중앙과 지방간의 세입(8:2)과 세출(4:6)의 비중이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도 거의 변함없어 ‘2할 자치’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지방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재정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중앙예속이 심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산업화에 뒤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전남의 재정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전남 서남권의 시‧군은 동부권 시‧군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특히 최근 사회복지비의 폭발적 증가는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고령화대책, 영유아무상보유확대 등 복지수요의 증가로 사회복지예산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자치단체의 사회복지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20%정도 되는 반면 총 예산의 증가율은 6~7%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사회복지비 비중이 매년 증가하여 시‧군‧구의 경우 50%선을 넘어섰다. 지방재정의 근본적 어려움과 더불어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의 성숙한 발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국가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과 지방세원의 확충이 절실하다. 사회복지분야 사업의 국가지원 확대 등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 방안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각 자치단체가 큰 틀의 제도적 개선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 할 일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그 첫째가 지방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다. 적은 가용예산이라도 사업의 경중과 완급에 따라 철저히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일부나마 부족한 예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낭비성 경상적 예산을 과감히 축소해나가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투자적 경비 비중을 높여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결국 예산은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는 게임으로 귀결된다.

둘째 비교우위의 지역 자원과 경쟁력을 활용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아이디어 발굴이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는 ‘꽁꽁 언 화천천에 구멍을 뚫고 1급수에 사는 산천어를 낚는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겨울 1월 20여 일 동안 15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큰 보탬을 주고 있다.

▲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 [사진=한국관광공사]

또한 계획적인 코스 개발과 홍보를 통해서 도보여행지로 성공한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관광사업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보여행 열풍을 가져왔다. 올레길의 성공 이후 전국에서 도보여행 코스들이 앞 다퉈 생겨나고 있다. 각 자치단체가 개성있고 매력있는 자기만의 축제, 자기만의 도보길을 만들어 가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제주 올레길



배용태 교수

세한대학교 석좌교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고문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행정학 박사
고대법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5.18 민주 유공자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영암 부군수·목포 시장권한대행·광양부시장
행안부 자치경찰 추진단장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지원단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정책위 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교육연수원 부원장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