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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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라
  • 입력 : 2021. 05.16(일) 10:55
  • 영암일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나 어릴 적 아침이면 마을 어른들이 주고받던 말씀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환과 독충, 외침과 도적의 피해를 염려하는 소리였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굿모닝, 잘 잤어, 아침은 드셨어요.’정도로 바뀌었다. 이런 표현도 점차 변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안전한 일상이다.

아픈 4월이 지났다. 4․3제주, 4․19혁명에 4․16이 추가됐다. 16일은 2014년에 세월호 사고가 났던 날이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뱃길이 조도 앞 맹골수도를 지나며 멈춘 것이다. 수요일 오전이었다. TV를 보면서 ‘배는 부력이란 게 있어, 오뚝이와 같지, 바로는 안 넘어 가’라는 말을 했었다. 점심시간엔 ‘전원 구조’라는 자막도 떴다. 다행이라며 서로를 자축했다.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와서 보니, 하나도 진척된 게 없었다. 오보였다.

사고결과는 145×22m 크기의 배수량 6,835톤이 침몰하며 수학여행 학생 등 304명의 목숨까지 가져가버렸다. 5명은 흔적도 못 찾았다. 해군, 해경, 소방헬기, 민간전문가까지 떴지만 기울어져가는 배만 보고 있었다. 무슨 연유가 있었던 것일까? 무리한 증축과 과적 외에는, 아직까지 그 진실을 다 밝혀내지 못했다. 또 당하지 않으려면 ‘사후약방문’이라도 되어야 할 텐데, 답답하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8분에는 한강 성수대교를 건너던 한 무리의 차량이 2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와 16번 시내버스의 등굣길 여학생 등 32명이 사망했다. 출근 중이던 17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10~11번 교각 사이 50m 상부트러스가 떨어진 것이다. 연결이음새의 용접불량과 유지관리 소홀 때문이었다. 심지어 며칠 전부터 이상이 발견되었는데도 철판으로만 덮어놓고 있었다. DB-18(총중량 32.1톤) 설계하중에도, 40톤이 넘는 과적차량까지 다녔다.

그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제정과 각 지자체까지 유지관리 전담부서를 만들며 인원을 보강하고 사업비를 투입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위험교량이 해소됐지만 관련부서도 사라졌다. 미국에서도 같은 사고가 있었다. 2007년 8월 1일,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I-35W 미시시피강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된 것이다. 퇴근길을 서두르던 13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다쳤다. 오래된 시설을 방치한 결과였다. 우리 역시 또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교량관리 전담부서를 복원할 이유가 됐다.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2020년 5월 29일 오전 10시 10분에영산강변도로를 타던 승용차 앞으로 우수맨홀 뚜껑이 달려왔다. 앞 차량의 바퀴에 한쪽 면이 열리며 그대로 굴러온 것이다. 차량 범퍼가 깨지며 운전자가 크게 놀랐다. 2011년부터 2,051억 원을 들여 나주 영산대교~무안 몽탄대교까지 34㎞를 9년여 만에 개통한 지 두 달여 만이었다.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실제로 일어났다. 그날 이후, 문제가 된 340여개가 전면 교체됐다.

되돌아보면 이러한 사고는 인간의 욕심, 부주의와 무관심에서 기인했다. 건강한 몸을 만들 듯, 시설물 또한 ‘닦고 조이고 기름치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이외에도 공사장 추락, 가스폭발, 싱크홀, 산불 그리고 산사태와 제방붕괴가 낳은 매몰과 침수피해도 컸다. 집중호우 등 자연현상을 탓하기도 하지만, 과오도 있었다. 늘 귀를 열고 경청하라, 피해는 눈 깜짝, 한 순간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또 알았다.

최근에는 신안 압해~암태 천사대교 등 연륙교(DB-24)가 놓이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90년대에 ‘도서개발촉진법’으로 건설한 섬 간 연도교는 DB-13.5(총중량 24.3톤)에 불과한 것이다. 15톤 덤프가 육지에서 짐을 싣고 가다가, 건너편 섬으로 갈 때는 도선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말이 없는걸 보면, 그냥 다니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한다.

안전은 반복활동이다. 옛 사람들에겐 생활 자체였다. 뱀을 막기 위해 움집(家)에서 돼지(豚)와 함께 생활했고, 울 밑에 봉선화를 심었다. 행여 물리면 온몸으로 퍼질까? 손톱에 꽃물도 들였다. 자연치유 방식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분명 천적이 있을게다. 1년 넘게 시달리며 백신공급이 이루어지다보니 다들 지친기색이 보인다. 그래도 당하지 않으려면 ‘자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안전규칙을 따라야 한다.

원래 그들은 박테리아와 함께 만상의 근원이었다. 어찌 보면 인간에게 내준 자리를 되찾으려는 끊임없는 시도인지도 모른다. 과거 ‘이질, 흑사병, 독감, 에이즈, 사스, 메르스’보다 좀 지나치다는 것뿐이다. 그 피해를 줄이려는 119의 활동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평시에도 밤낮, 계절의 변화와는 상관없었다. 긴급환자 수송, 벌집제거, 침수주민 대피, 산짐승 퇴치, 처마 끝 고드름제거 그리고 현관 문 열어주기까지... 끝이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가는 안전한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월간 소방’ 또한 새롭고 부족한 정보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원자다. 더 안전한 나라로 가는 초석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참새들이 좋다는 소리를 한다. 그들과 함께 나의 아침을 시작한다. 모란이 뚝뚝 떨어지고 작약은 꽃망울을 맺었다. 여름내 피고 질 무궁화에도 제법 새잎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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