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기고
반딧불이
  • 입력 : 2021. 07.15(목) 10:21
  • 영암일보
박석구 시인


반딧불이



그때는 반딧불이가 지천으로 많았다. 밤이 오고, 대숲이 하늘을 가린 골목길이나, 달빛의 음영이 선명한 까끔 언저리나, 이슬 젖은 풀잎이 고무신을 적시는 냇가를 지날 때는 어김없이 푸르고 밝은 빛이 깜박깜박이며 내 주의를 맴돌며 날아다녔다.

형설지공螢雪之功처럼 그 반딧불이를 낡은 모기망에 담아, 방안에 두고 책을 펼치기도 하였다. 그래도 한참은 어두워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모든 밤은 어둠의 세상이었다. 사금파리 색깔의 보름달이 뜨고 그 차가운 달빛이 온 주위를 비추었던 며칠만 빼놓고는. 기억을 더듬자니 결국은 좁은 방안에 누워 고단한 모습으로 자는 식구들의 잠, 그것이 달빛보다 정겨웠다.

그 여름밤은 그믐이어서 너무 어두웠다. 집집마다 초꼬지 불을 켜, 창호지 문에 노랗게 번져서 비추이는 불빛만이 그나마 골목길을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잡이였다. 그나마도 하나 둘 꺼지고 동네가 깜깜해지고 불던 바람마저 잠잠해지면, 그때야 보이는 빛이 반딧불이였다.

한밤중 오줌이 마려워 마루에 놓인 요강을 찾을라치면 집 주위를 하늘하늘 날면서, 뭉쳤다 헤어졌다 하며 깜박이는, 수백의 반딧불이 향연은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깊은 잠 속에 빠져있을 때, 나 홀로 깨어 마루에 앉아 보았던, 공중을 날아다는 불들의 푸른 점등식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을 줄이야.

[그림=김덕남]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