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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인구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아니, 실로 심각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인구가 자연감소 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2020년 0.84명으로 전년 0.92명보다 하락했다.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63명(2018년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7명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잇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및 소득 감소가 2030세대에 집중되면서 임신과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원회를 신설하고 저출산 관련예산을 200조 이상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을 되돌리진 못했다. 이는 정부가 저출산의 뇌관(雷管)으로 지목되는 경제·사회·문화적‘근본 원인’해결에 소홀한 탓이다.
필자는 전남도의 인구정책 총괄 책임자로 1년 넘게 다양한 인구정책을 추진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저출생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용어(개념)을 사용하자.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출산이라는 생물학적 의미에 무게를 둔 단어다.
‘저출산’ 용어의 사용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더욱이 ‘저출산’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출산정책만 잘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
출생인구 감소 현상을 의미하는 중립적인 언어인 ‘저출생’ 사용으로 ‘저출생’의 문제는 정치, 경제, 교육, 돌봄 등 사회 전반의 복합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생 극복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은 ‘저출산’ 용어 대신 ‘저출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구부’의 신설이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중심이 되어 모든 인구 정책을 계획하고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신설되어야 한다.
현재 인구정책 업무는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여성부 등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인구 전담부처 신설로 그간 분산되었던 인구정책업무를 통합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끌어 올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은 인구부의 제 1과제이다. 전라남도의회는 지난 3월 임시회에서 ‘인구문제 전담 정부부처(가칭 인구부)신설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에 ‘인구부’ 신설을 강력히 촉구 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자체간 역할 분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중 유일하게 광주광역시 신생아 출생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와 인접한 전남의 출생아 수는 합계출산율이 도 단위 1위임에도 전국 시도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광주광역시가 도입한 전국 최고 수준의 출생양육수당(580만 원) 인상이 주요인이다. 합계출산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시점에서 전국 지자체의 출생 장려금 지급액은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증가추세다.
지자체의 출생 장려금은 출생아 수를 두고 인근 지자체와 줄다리기 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바야흐로 출산환경 조성을 위한 현금성 지원정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지방 정부는 지역의 특색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보육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지금이라도 정책방향을 바꿔야 할 때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고자 하는 청년이 스스럼없이 ‘출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편안하고 안정적인 출산 친화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뺏고 뺏기는 인구 유입정책에 앞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래 세대가 축복 받은 생명체로 자연스레 잉태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조화로운 화음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