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절대로 싸우지 마라

기고
엄마와 절대로 싸우지 마라
  • 입력 : 2021. 07.29(목) 09:47
  • 영암일보
금정면 이영주 면장

풍부한 세상이 젊은이들에게 거지 근성만 키워 준다.



딸이 제사 모시러 가기 싫다고 했다. 친구들과 놀러갔다 와서 엄마가 야단치니까 대들었다고 했다. 엄마도 화나서 딸에게 욕을 했다면서 몹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옳고 그름, 누구의 편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까를 얘기해 주었다.

딸은 엄마가 화내니까 자기는 이유를 물어본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엄마를 더 화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절대로 대들지 않겠다고 했다. 딸은 제사 지내고 와서 마음이 편했고 엄마와 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했다.




현지야, 너무나 착하게 자라줘서 고맙구나.

목요일에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 기분이 안 좋더라? 너는 나와 보지도 않고 석현이도 벌써 자는 것 같았어. 엄마에게 물었더니 퉁명스럽게, “말하기 싫어!”라고 하더라. 무슨 뜻인지 알지? 그래서 더 이상 묻지 않았어.

제사 모시러 가는 날 아침에 네 방에 들어가서 씻으라고 했는데, “아빠, 나 안 가면 안 돼?”라고 너는 조심스럽게 말했었지? 그 전에 엄마도 너희 안 데려가면 안 되느냐고 했어. 물론 아빠는 엄마와 너희에게 아무 말 안 했고. 무슨 뜻인지 알지? 다행히 너와 석현이가 가겠다고 해서 기분 좋았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라는 말 아니? 모두 맞는 말이더라. 둘 다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잘 모를 거야.

현지 너 고승덕 변호사 아니? 그분이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t1t2 판단법’에 대해 설명했는데 참 좋더라. 아빠도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 너도 한번 생각해 봐.

t1t2 판단법이란?

A가 B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하자. 그러나 A를 먼저 하면 나중에 B를 할 수 없고, B를 먼저 하면 나중에 A도 할 수 있다고 할 때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B를 먼저 하고 나중에 A를 하는 것이 낫다는 사고 방법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A가 더 중요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B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만약 처음에 A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B를 희생했다면 나중에 B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어 치명적인 후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 B를 선택했다면 나중에 A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 판단이 잘못되더라도 크게 후회할 일이 없다. 그만큼 위험이 감소하는 셈이다.

우선은 하기 싫거나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미룰 수 없는 일을 먼저 한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야. 좀 이해가 되니?

개성시대라고 많은 젊은이들이 현재를 즐겨야 한다며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이것은 요즘만 그런 것이 아니야.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면서, 아니 아예 하지 않으면서 만들어 낸 핑계래.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도 없어서 개성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불안하지 않은 척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허탈감을 느끼고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큰일을 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불안하더라. 해야 할 일을 즐기겠다고 생각하고 하다 보면 나중에는 진짜로 즐거워졌어. 해야 할 일을 먼저 한다고 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훨씬 더 즐거웠어. 물론 시간이란 한 번 놓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이 훨씬 중요할 수 있지. 많은 사람들이 그 선택의 순간에 갈등한대.

‘명확하지 않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당장의 행복을 미뤄야 하는 고통, 그 행복과 고통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고민일 거야.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했어. 공부를 해야 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조상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등은 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해야 할 일이야. 어른들은 하기 싫어도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지. 아빠도 솔직히 제사 모시러 가기 싫었어.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야. 네 편이 돼 줘야 하는데 미안해.

네가 놀러갔다 와서 엄마가 야단치니까 대들었다고 하더라. 엄마도 화나서 야단쳤다면서 몹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어. 그 얘기하면서 엄마가 “내가 잘못했는가?”라고 묻더라? “아니? 당신 말이 맞아. 잘했어”라고 했어. 왜 그랬는지 너도 잘 알지?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치 않아. 자기 편이 돼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엄마 편에서 대답해 준 거야.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그럴 거라면 절대로 놀러 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 혼자 기분 좋기 위해 한 행동으로 가족 전체가 기분이 나빠지고 신뢰가 깨지는 일은 가족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야. 가족이란 누군가가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잖아?

네가 즐겁기 위해 친구들과 놀러 갔다 온 것보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엄마가 야단칠 때 한 너의 반응이야. 이유 없이 “아무튼 가지 마”라고 했다면 누구나 화가 날 거야. 그런데 네가 “왜 가면 안 돼?”라고 물은 것이 이유를 몰라서였을까, 엄마의 말투가 기분 나빠서였을까, 엄마 말을 거부하기 위해서였을까? 너는 이성적으로는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었겠지만, 감정은 이미 ‘기분 나쁘다’라는 표현이었을 수 있어. 너는 놀러 간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고 엄마한테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더 현명하게 대화했어야 했어. 사람들은 기분 안 좋은 상황에서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보며 대화하면 이성을 잃게 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 감정싸움이 되어 기분 나쁜 표정과 목소리가 튀어 나와서 관계만 더 악화되지. 의사 전달은 말의 내용보다도 목소리나 표정 등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어. 이번에 엄마가 특히 화난 이유가 그거야. 항상 얘기했지만 야단칠 때는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애교로 웃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상황이 좋아졌을 때 네 의견을 얘기해 봐. 그러면 네가 원하는 것을 거의 모두 얻을 수 있을거야. ‘감정을 앞세우지 않으면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대화의 기술.’ 약간만 기다리면 될 거야. 숙성의 시간이지. 이 말 명심해 줘. 어느 누구와 대화할 때도 이것은 진리야. 어렵지?

엄마는 아빠와 좀 달라. 아빠는 왜 가면 안 되는지 논리적으로 말했을 거야. 그러나 엄마는 그런 게 좀 약하잖아? 다시 말하는데 엄마 말이 부당한 것 같더라도 그 자리에서 말하지 말고 그때 상황을 아빠한테 말해 줘. 그러면 왜 그러는지 설명해 주고 네가 타당하면 너의 생각을 존중해 줄게.

그래도 말대꾸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훌륭해.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부탁할게. 엄마, 아빠가 너희를 야단칠 때는 절대로, 절대로 바로 반대 의견을 말하지 말아 줘.

어느 사회학자는 “풍부한 세상이 젊은이들에게 거지근성만 키워준다”라고 했어. 부모가 아이들을 거지로 만든다는 거야.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 도움으로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립심과 고통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울 필요가 없지. 가진 것이 없어서 거지가 된 사람들은 자립심이나 끈기를 키워서 생존 본능이 오히려 더 강해져. 부족한 것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립심을 키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문제지.

현지야! 힘들지?

그러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그런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네 영혼은 힘든 쪽으로 너를 유도할 거야. 힘든 일 있으면 아빠에게 말해주면 안 되겠니? 나는 네가 어떤 말이건 해 주면 기분 좋아. 그것이 네가 아빠와 놀아 주는 것이고 돈 안 드는 아주 훌륭한 효도야.

아빠 고민은 ‘너희를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야. 친구처럼 너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야. 그러면 너희가 어렸을 때는 아빠를 좋아하겠지만 어른이 돼서는 아빠를 원망할 수도 있어. 한때 좋은 아빠는 가능해도 영원히 좋은 아빠는 못 되고, 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절대로 훌륭한 아빠는 못 될 거라 생각해.

아주 작은 것이 우리 가정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거 알았지?

그것을 안 것만으로 만족하자.

앞으로도 건강 관리, 시간 관리, 특히 ‘생각 관리’ 잘해서 네가 행복하길 바라.

오늘 저녁에 애교 부리면서 엄마 화 풀어드리고 전처럼 화목한 집안 분위기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한 가지 더, 다음부터는 더 현명하게 말하고 행동해서 나약한 우리 각시,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해 주라.

예쁜 딸이 있어서 행복한 아빠가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