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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답은 반드시 합리적일 필요가 없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은 지구를 드는 것보다 어렵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어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해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내가 어렸을 때 매일 싸우시는 부모님을 통해 배운 것과 두려워하면서도 시도하여 얻은 성과를 알려 주었더니 대단하다며 좋아했다.
사랑하는 현지야, 석현아.
우리 부모님, 너희 조부모님께서는 내가 태어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거의 매일 싸우셨어.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할머니께 심한 욕을 하시고 많이 때리셨지. 할머니께서는 맞으면서도 피하지 않고 항상 대들었고. 그러는 할아버지가 무섭고 미웠어.
할아버지께서는 눈을 뜨시면 항상 담배를 피우시고, 새벽부터 술을 마셔서 늘 취해 계셨지. 어려서부터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잠을 잤어. 그때는 가족이 많고 방이 없어서 대부분 한 방에서 같이 잤지. 주무시면서도 두 분은 자주 싸우셨어. ‘언제 할아버지가 일어나 할머니를 때리실까?’ 하고 나는 항상 겁에 질려 살았단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나는 어려서부터 많이 아파서 생각보다 빨리 철들었어.
나쁜 짓을 해서 부모님께 맞기도 많이 했지. 부모님은 항상 무서웠어.
중학교 2학년쯤이었을까?
두 분이 싸우시는 것이 아주 사소하다는 것을 느꼈어. 무서웠지만 싸우지 마시라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
할아버지가 술에 안 취했을 때 용기를 내서 말씀드렸어.
“아버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잘해 주시면서 왜 어머니께는 항상 심하게 욕하시고 때리시나요? 가장 소중한 가족을 왜 힘들게 하십니까? 오히려 가족에게 더 잘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저희가 잘못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인데, 그것이 가장 소중한 가족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줘야 할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저도 우리 가족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 말이 틀린가요?”
할아버지께서는 고개를 떨구시고 아무 말씀 못하시더니
“영주 니 말이 맞다. 미안허구나”라고 말씀하셨어.
“그럼 다음부터는 저희에게 화내지 마시고, 때리지도 말아 주세요.”
“알었다”라고 다짐하듯 말씀하셨어.
맞을 각오로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할아버지는 화도 안 내시고 내 말을 인정해 주셨어. ‘이제는 아버지께서 바뀌시겠구나’라고 생각했지. 기분 좋았어. 용기가 더 생겨서 다음에는 할머니께 말씀드렸어.
“어머니, 아버지께서 술 드시고 오시면 말대꾸하지 마시고 좀 참거나 피해 버리세요. 아버지도 술 깨시면 덜 그러시잖아요. 아버지가 잘못하시지만, 어머니가 계속 대꾸하시니까 아버지가 더 심해지시는 것 같아요. 대부분 사소한 일로 싸우시는데 아버지가 우리 집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라고 생각하면 인정해 드리고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도 싫지만, 술 드신 아버지와 계속 싸우시는 어머니도 그래요. 어머니 우리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도 내 말에 깊이 반성하시고 미안하며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고 하셨어. 용기 내서 두 분께 말씀드린 것도 스스로 대견했지만 두 분 모두 동의했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다음부터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내가 얼마나 기분 좋았겠니? 상상이 가니? 앞으로는 부모님께서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이었어.
며칠이 지나 두 분은 전과 똑같이 싸우시더라?
말렸지만 화난 상태에서 두 분은 내 말을 안 들으셨어.
그러나 전과 다른 것이 있었어. 뭔지 아니?
상황은 같은데 내 마음은 다르더라.
두 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전에 두 분이 싸울 때는 매우 무서웠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두려운 것이 훨씬 줄어들었어. 오히려 나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두 분이 실망스러웠지. 다음 날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나와 약속했으면서 왜 또 그러셨는지 물었어.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더라. 두 분 다 미안하다고만 하시고는 다음에는 안 그러겠다고 다시 약속하셨어.
‘두 번 약속했으니까 이제는 변하시겠지?’라고 나는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번에도 단지 나의 착각일 뿐이었어.
두 분은 바뀌신 게 없더라.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많이 변해 있었어. 이해되니? 전엔 그렇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무섭기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싸우신 것에 실망을 넘어 화가 났어.
(다음호에 계속)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