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싸움의 심판(2)

기고
부모님 싸움의 심판(2)
  • 입력 : 2021. 08.12(목) 13:12
  • 영암일보
금정면 이영주 면장

할아버지는 술 드셨으니까 그랬다 치더라도 할머니는 술을 안 드셨기 때문에 변할 거라 기대했는데 할머니마저 아무 변화가 없어서 할머니께 더 화가 났어. 그래서 다음 날 할머니께 따지듯이 말씀을 드렸다? 이제는 내가 ‘갑’이 된 거야. 할머니께서는 미안하다고만 하셨어.

“나도 고칠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고 다짐했는디, 느그 아부지가 술 먹는 것도 화난디 욕을 하믄 머리가 돌아 분디 으짜 것냐. 평생 이러고 살었는디. 마음은 고칠라고 해도 행동이 안 되드라. 영주야 미안허다.”

‘띠~~~ 이~~~ 잉~~~ 띵.’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 나는 그 순간 엄청난 것을 깨달았어. 뭔지 아니? 할머니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당신들이 약속했기 때문에 당연히 좋아질 거라고 크게 착각했던 거지. 이론과 실제의 큰 괴리를 경험한 거야. 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됐어. 그러면서 고치지 못하시는 두 분이 실망스럽고 밉다는 생각보다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 나는 두 분이 싸우시면 ‘무섭다’라는 생각에서 ‘안타깝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 내 마음의 대반전.

곰곰이 생각해보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촌말로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자식들 공부도 제대로 못 시켜주고, 맨날 병치레만 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당신들의 인생이 얼마나 한스러웠을까? 어쩌면 두 분이 싸우시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들을 생존하게 하는 힘을 키우는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두 분이 싸우시는 것은 당신들의 한을 푸는 방법이고, 우리 집안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라고 내 생각이 바뀐 거야. “싸움은 한 가정을 지옥으로 만들고 파멸시키는 안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옥 같은 세상에서 당신들이 살아남고 자식들을 키워내기 위한 발버둥이다”라고 생각하게 됐어.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그 어떤 옳고 그름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 거야. 그때부터 싸우는 것이 무섭기는커녕 두 분이 노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너희는 아빠 잘 알지? 절대로 포기 안 한다는 거. 나는 전략을 다시 짰어.

“두 분의 생각을 바꿔서 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 싸우시되 물건을 파손한다거나 할머니를 때리지 못하게 하고 싸우실 때 내가 항상 중간에 끼어서 장난을 치겠다”라고 생각을 바꿨지. 전에는 두 분이 싸우실 때 울면서 사정을 했었는데, 이제는 두 분의 싸움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두 분과 같이 놀겠다고 전략을 바꾼 거야. 물론 생존을 위한 싸움거리 정도는 인정해 드려야 하지 않겠니?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다?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욕하고 때리려고 하면 내가 가로막고 할아버지께 말하고, 할머니께서 그러시면 그것도 할아버지보다 먼저 말하면서 싸움이 되지 못하도록 장난쳤어. 혼자 논 거지. 처음에는 겁났지만, 맞을 각오하고 한 거야. ‘자식인데 죽이기야 하겠어?’라고.

중간에 끼어 얄밉게 싸움을 가로막는 나에게 두 분 다 처음에는 욕하고 화내셨다? 두 분의 싸움을 나에게로 돌리는 것이 작전이었는데 완전 적중했어. 두 분은 나에게 화를 내면서 싸우는 이유를 잊고 힘도 빠져서 싸움은 전보다 훨씬 약해지고 빨리 끝났어.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싸우신 것은 아니었지만 그다음부터는 두 분의 싸움이 싱거웠어.

정말 통쾌하더라. 아빠 기분 알겠니?

그 후에도 두 분은 계속 싸우셨지만 그 싸움은 싸움이 아니고 내 눈에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놀이였어. 싸움은 ‘두려운 것이다’에서 ‘즐거운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바뀐 거야.

이번 부모님의 싸움으로 나는 훨씬 더 커졌어.

확실히 생존을 위한 문제 속에 엄청난 보물이 있고 사람을 수백 배 성장시키더라. 부모님께 보호받는 아이였던 내가 형님들이 출타하고 안 계시는 집에서 부모님을 보호해야 하는 보호자로 성장했던 거야.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재밌지?

문제의 답은 반드시 합리적일 필요가 없더라.

사람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못하더라. 특히 나쁜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은 ‘미친놈’이라고 자신을 욕하면서까지도 감정적으로행동해. 오래된 습관은 스스로도 통제하기 힘든 거야. 특히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은 지구를 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어.

문제의 답은 합리적인 것보다 생각의 유연성을 키워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아. 너희도 옳은 것보다 먼저 사람을 중요시하고 행동하면 절대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사람 사이는 합리적인 것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너희들도 자신을 ‘보호받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고 ‘보호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