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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떠나 채 두 시간도 못되어 도착한 도쿄 나리타공항. 무엇으로 인해 그 긴 세월들을 착취와 찬탈, 배타와 반목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경원해하며 살아 왔던가?
노스웨스트 편에 환승하기 위해 6시간 반을 무료하게 기다렸다. 경비를 절감해야하는 처지를 실감하면서 답답함에 책(인천공항에서 임영호가 선사한)을 펼쳐 몇 장 뒤적였다.
그러나 마음이 산만하여 접어버리기를 몇 번, 결국은 흡연실을 찾았다. 미국여행에서만은 금연하려고 인천공항에서 남몰래 버렸던 담배. 면세점에서 다시 담배를 사면서 작은 다짐에도 지극히 나약한 자신을 자조해본다.
흡연실의 메케한 연기 속에서 표정 잃은 사람들. 어느 수용소군도(솔제니친의 작품)처럼 초조와 불안과 공포의 한 군간을 모면해 보려는 듯 연기 속에 한(恨)의 숨을 내품는 불안의 절망감들이 떠돌았다. 그들 속에 동화되어버린 내 자신 역시 그들에게 동병상련의 연민을 느꼈다.
연거푸 몇 개비를 태우며 금단현상이라는 어휘를 쓸쓸히 되뇌어 본다.
저녁 7시 30분
오랜 기다림 끝에 도쿄나리타 공항을 떠나다. 서너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함과 협소함, 그리고 무기력증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 설레듯 부풀었던 하와이에로의 여행이 갑갑해졌다.
3등 열차에 시달리며 몸살하던 수학여행의 아련한 추억들이 모자이크되어져 클로즈업 됐다. 햇사과처럼 풋풋한 젊은 날들이 먼-먼 세월 저편으로 가버린 지금.
빛바래 하얗게 서리가 내려버린 초로의 초상들이 어두움에 묻으려 해도 살아난다. 이미 떨어져버린 동백꽃의 선연한 핏빛이라도 결국은 떨어져버린 초라한 꽃망울일 뿐인 것을...
만감이 교차하면서 잠깐 눈을 부쳤다가 조찬(아침식사)을 알리는 기내 방송을 듣고 눈을 뜨다. 속이 메스껍고 개운치 못하다.
양식은 입맛과 체질에 맞지 않나 보다. 아침 식사도 거르고 창가 승무원 자리로 옮겨 창문을 열었다.
순간 눈부신 태양이 용광로의 불가마처럼 이글거리며 지평선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이 장엄함.
솜사탕처럼 포근한 뭉게구름들 사이로 남태평양의 코발트 빛, 쪽빛 너머 푸르디푸른 물결들. 하이얀 파도의 출렁임 아 아 아름다움이어라.
가슴이 벅찼다. 대한민국 내 조국에선 감히 느껴보지 못했던 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의 장관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도쿄를 지나 5시간 30분의 시차를 지나쳐온 풍경과 하와이.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
저 감명 깊었던 영화 ‘남태평양’에서 일곱 자매와 수녀선생님들이 어우러져 그 순수함과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동화되어 노래를 부르고 쪽빛 물속에 인어공주처럼 노니는 모습들이 선하구나.
금방이라도 오색영롱한 산호초, 꽃다발을 한 아름 안긴 채 ‘바리하이’ 노래를 부르며 ‘알로하’ 하며 다가설 것 같구나.
머리 아픔도 한결 가셨다. 산중 속 일상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새가 되어져 날아왔나 우물 안의 개구리의 속삭임 같은 탄성이...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