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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를 불러내러 저녁에 집을 찾았다. 현직 경찰인 친구 아버지는 젊은 혈기의 아들과 친구들이 사고를 낼까 봐서 걱정이 된 모양이다. “얘들아! 누가 시비하면 같이 싸우지 말고, 법으로 해결하라”고 신신상부 하셨다. 일개 범부도 이렇게 얘기하는데,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할 말과 못할 말이 있는 법이다. 대통령 책무는 헌법준수이고, 국민에게는 자유와 복리 증진이다.대통령이 수행할 대표적인 책무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 취임 선언문이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과 권한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선언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럼에도 대통령 책무를 생각하지 않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입신양명의 권력욕에 매몰되어 있는 현
실이 안타깝다. 1909년부터 1911년까지 전쟁장관, 1928년부터 1932년에 국무장관을 수행한 미국 스팀슨 장관은 공직자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다. “한 부류는 그들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부류는 임무 수행 결과가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선거 참모는 자신들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선거 때가 되면 표를 얻기 위하여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이대남’ 표를 향해서 ‘여성가족부’ 해체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나라 안의 문제로써 대통령이 되어 말을 바꿔도 약간의 정쟁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주변국과 관련된 외교안보통일 문제에 대한 대통령 후보 발언은 전 세계가 주목하므로 주어담기에는 너무 파장이 크다. 마치 미국 트럼프 대통령처럼 국민을 갈라치기 하면서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행위처럼 보인다.국가지도자가 공격을 쉽게 얘기하면 안 된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한 단계의 안전장치이고,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정책이다. 9.19 군사합의는 지켜지지 않는 정전협정에 대한 세부규정에 더하여, 우발적 충돌을 위한 진일보한 합의이다. 윤 후보는 종전선언에 반대할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9.19 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한다. 모든 약속은 북한이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먼저 폐기를 주장하는 모순되는 행위이다. 후보 자신이 정전체제의 문제점을 몸으로 체험했다. 이례적으로 유엔사가 정치인의 비무장지대 방문과 관련해, 정전협정 규정까지 언급하며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윤 후보 측은 "국방부와 사전에 협의했고, 군복 착용도 해당 부대의 안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언론에 "정전협정이 뭐가 위반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국방부하고 협의해서 요청한 대로 저희가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주권자를 대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국가 주권 차원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다.이번에는 선제타격까지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선제타격은 합동참모본부 군인들이 비밀회의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혹은 전쟁이 임박했을 때 전쟁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지금은 앞 보수정권 시절보다 전쟁 위험이 줄어들었다. 결정적으로 우리군에게 전작권이 없으므로 연합사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전작권도 없이, 그리고 평시에, 즉 권한도 없이 시기에도 맞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타격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 대통령이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얘기하면 미국 클린턴 정부처럼 선제타격 카드를 뽑을 때, 우리 카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카드가 된다.
군사안보정책이나 치안정책은 국가정책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합동참모본부의 군인들이나 검찰청 검사들은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문민 지도자의 문민통제를 받아야 한다. 상무적인 군인들이 군사적 공격으로 국가운명을 결정하려고 하면 심사숙고해야 할 대통령 후보가 공격을 쉽게 언급하는 공식적 발언은 큰 문제가 있다. 문민 대통령과 군인들은 언행이 달라야 한다. 군인들이 비밀리에 할 얘기를 대통령이 하려면 선거로 대통령을 뽑을 필요가 없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비하면 국가적 차원의 정치적인 도발을 앞장서서 하고 있다.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안 되다고 하면서, 전작권도 없는 나라 대통령 후보가, 고도의 군사적 결정을 마이크에서 하고 있다. 차라리 대통령 후보의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행적이 천만다행이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