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쌓인 눈들이 녹아내리는 골짜기마다, 하천마다 넘실대는 물줄기에서 한 여름의 우리나라 장마철 같구나.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선가 금방이라도 불곰이 뛰쳐나올 것만 같은 원시림의 숲.
상상할 수 없이 높디높은 천애의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들. 폭포라 하기엔 실감이 나질 않는구나. 수백 톤의 드라이아이스가 수증기로 화하여 수직 강화하는, 아니면 짙은 연기가 하강하는 비경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우리나라는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75m가 제일 크다는데, 이곳의 면사포 폭포(신부가 면사포를 쓴 모습)는 무려 790m라니. 그 위용과 장엄함이란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기둥은 안개 되어 폭풍이 되어 근방 몇 백 m를 추위(겨울 재킷을 입어도)에 떨게 하다니. 그리고 근방에 자리한 단일 바위로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Half Dome(큰 바위). 어쩌면 요세미티를 상징한다는 큰 바위와 면사포폭포. 쓰러져 뒹구는 고목의 통나무들, 길가 바위 하나 훼손하지 않고 돌아서며 길을 만드는 지혜와 자연에 대한 배려.
불타버린 숯검댕이 나무도 자연 그대로 방치해둔, 그리고 협곡의 물살에 둑 흙더미가 쓸려가도 시멘트 석축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수천길 낭떠러지 도로에도 방어 설치 벽이나 가드레일 없는 쾌적함.
자기 안전을 자기가 알아서 행동하라는 무언. 보이지 않은 경각심을 느낄 수 있었다.
Half Dome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섬찟한 마귀의 형상처럼 시커먼 뼈대만 남아있는 불에 탄 앙상한 나무 군락지를 보았다.
1989년 대 화재로 전라 남북도의 땅 넓이만큼 타버렸다니. 100년에서 150여 년 사이 주기적으로 대 산불이 발생한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불어 타버린(6.25 지리산 공비토벌 때) 우리의 지리산 장터목 산장의 오르막길이 생각난다.
하산하는 길. 보일 듯 말 듯 자리 잡은 감추어진 저택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숲속에 자리한 푸근하고 평화로움이 여기에 있구나. 우이동, 평창동, 그 아름다운 속살을 드러낸 채 자신들을 과시하는 졸부들의 저질은 찾아볼 수가 없구나. 아름다운 비경의 요세미티.(미국 국립공원 제1호) 불모의 폐광 ‘캘리코’를 지나 라스베이거스 한 중막에 들어온듯한 불볕더위다.
평범한 도시의 한 모습처럼, 거리는 말 그대로 한산하고 어느 백화점이 있는 쇼핑 건물에 들어온 순간부터 점포의 조형물에 감탄을 한다. 그리고 로마의 궁전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원형경기장, 분수대,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장군들을 위하여 왕이 친히 나와 영접하는 궁전 앞 광장의 석상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미술품.
파란 하늘엔 솜털 같은 구름이 지나가고 해 질 녘 하나 둘 나타나듯 건물 밖의 허공이 아닌 실내의 설치물들이 더더욱 감동을 갖게 하다니.
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비스듬히 누운 네로 왕 옆에 클레오파트라의 요염스러운 눈빛이 이글거리며 개선하는 장군을 흠모하던 광경이 눈에 선하구나. 인위적인 조형물이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으니.
그리고 다음 거리. 모두들 최고의 누드쇼(20弗)를 관람하고, 몇몇 우리 일행은 거리의 풍물들을 돌아본다. 로마에 뒤질세라 프랑스 거리는 더 찬란하구나.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하다니. 세계의 유수 호텔들이 마르지노, 프라라, 레이슨, 밀라노…헤아릴 수 없구나.
무엇보다 마르지 노 호텔의 분수와 지구 태초의 생성과정을 재현한 활화산의 불기둥이 솟고 용암이 분출하면서 내뿜는 그 불꽃들의 장엄함. 바다가(호수지만) 온통 불바다가 되면서 그 폭발음의 굉음은 천지를 그대로 뒤 삼켜 버린 듯한 스펙터클함에 다시 한번 놀라본다.
인간의 사고와 조형물들이 이렇듯 감동을 주면서 경의로움을 느끼게 하다니. 이렇듯 들뜨고 설렘 속에 자신을 망각한 슬롯머신 게임의 증후군에 매료되는, 환경이 교감신경에 미치는 프로이트의 정신세계를 또 한 번 실감하고 장난삼아 30弗 키보드를 두드리고 당겨본다.
다양한 삶의 이면을 공부 삼아 산중 속의 내가 아닌 라스베이거스에 와 있는 내가 되어... 밤거리의 조명은 명멸하며 더욱 흥청거리고, 거리의 축제들, 원주민의 거리 악사 중의 ‘천사의 노래’를 들으니 지리산 섬진강 변 산골소년이 생각나고, 정열의 스페인 춤과 어우러져 재즈, 팝송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흔들고 비비고 뛰고, 밤은 이렇듯 사람들을 술렁이게 하는 것일까?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