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에 동해에서 근무했을 때도 주적 논쟁이 치열했었다. 역사 공부를 좋아하던 필자는 역사책을 쓰신 교수님을 초빙하였다. 보수성향이신 교수님은 필자를 보자마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왜 국방부는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에 넣지 않으십니까?"하고 따지신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렇게 반문을 했다, "교수님은 집에서 개를 키우실 때, 저 사람만 보면 짖어! 하실 것입니까, 아니면 담을 넘어온 사람을 보면 누구든 상관없이 짖어! 하실 것입니까?" 했다, 교수님이 한참 말이 없으시더니 내 발에 동의하면서 주적 논쟁이 끝났다,
나의 말에도 어폐가 있다, 영리한 개는 누구든 상관없이 담을 넘어오면 도둑이라고 교육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를 소화하지 못할 개에게는 한 명만 지정해서 짖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능률적일 수 있다. 이는 미국군의 계급장이 잘 설명해준다. 본래 미군 계급장은 부사관은 뿌리, 위관은 줄기, 영관은 잎을 상징한다. 전장을 살피는 능력인 주적 개념에 잘 맞아떨어진다.
소위와 중위는 막대기 하나이고 색깔만 다르다. 대위는 은색 막대기가 둘이다. 통나무 참호 수준에서 적을 본다. 소령과 중령은 떡갈나무 잎이다. 나무 위에서 적진을 관찰한다, 더 높은 온도에서 정련되는 은이 금보다 위이다. 대령은 독수리 모양으로써 창공에서 적을 관찰한다. 장군은 하늘에서 보는 별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참호 수준의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이 없었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는 '북한은 주적'이 반영되었다. 이후 몇 년간 '직접적'이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표기되었다. 여러 과정을 겪은 끝에 2010년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하였다. 현재는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였다. 북한 주민을 포함한 북한 자체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주적이란 단어는 군에서 쓰는 말이다.
중, 소대장 수준의 초급지휘관이면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신병들에게 단순하게 주적 개념을 주입해야 한다. 소규모 부대 지휘관 교대식에서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사령부 수준에서는 적을 상정한 작전계획을 수립한다. 작전계획 2015와 작전계획 2017이 수립되어 있다. 이처럼 군사 작전에서는 북한이 주적이다.
냉전 시대 미·소 진영 사이 대결을 제외하고, 외교와 안보에서 적을 명시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세력으로 상대국의 ‘정권’ 또는 ‘군대’를 지칭하거나 ‘위협, 도전, 우려, 주목’ 등으로 표현한다.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나라가 적이다.
미국은 ‘미국 국가 안보 전략(NSS)’에 4대 핵심 이익은 ‘미 본토 보호, 미국 번영 추진, 힘을 통한 평화유지, 미국 영향력 확대’이다. 도전 요소로는 ‘중·러와 같은 수정주의 세력, 북한·이란과 같은 불량정권, 독재자와 지하드 테러주의자’로 명시한다. ‘북한은 주적’ 식의 유치한 표현이 아니라, 도전 요소로써 세력, 정권, 테러주의자를 명시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군사적 대치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군사적 대치를 유지하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극복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헌법 제69조 대통령 선서문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중략)…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정신이 있어야 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 우리는 선거에서 정치 지도자를 뽑는 것이지, 또 한 명의 군사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